신불산 그리고 영축산을 잇는
억새바람길
깊어가는 가을 잠시 하늘길이 맑게 열렸다. 간월재를 넘어 신불산으로 오르는 길은 계속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마냥 여름일 것 같았던 산천초목은 긴 가뭄에 가을 단풍이 채 찾기도 전에 메마름에 가슴을 애타게 한다.
▲ 간월재에서 신불산 정상길까지 오르막이 열려 있다.
거친 호흡소리에 한발씩 계단을 딛고 고개 숙여 전진을 한다. 꽁꽁 올려온 생수가 절반이 녹아 움직일 때마다 덜거덩 덜거덩 소리 내며 따른다. 잠시 의자에 몸을 기대고 쉬어가며 신불산 정상을 향해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 지경이지만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해 본다.
▲ 신불산 오르는 길 주변에는 억새가 지천에 피고있다.
▲ 갓 피어나기 시작한 억새군락
▲ 신불산 등산로 중간에서 바라 본 간월산 전경
지나온 흔적을 잠시 마주해 본다. 신불산 정상을 향한 오르막길을 오르는 산길에서 뒤돌아보면 간월재와 간월산이 조망된다. 나무데크 길에 매달려 오르는 수많은 등산객의 느릿느릿 움직임이 억새숲 사이로 장관을 이룬다. 가끔 구름이 몰려오면 간월재 정상 가까이 오른 사람들이 구름 위 산책하는 듯 고요해 보인다.
▲ 신불산 8부 능선에 위치한 전망대 앞 나무데크길
▲ 나무데크길이 끝나면 평지길로 이어진다.
▲ 정상을 향해 오르막길을 오르는 길
▲ 뒤돌아 본 쉼터 공간 너머 간월산이 보인다.
▲ 쉼터와 험난한 바위길을 통과하여 뒤돌아 본 전경
▲ 등억온천 방향 신불산에 단풍이 시작되고 있다.
▲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 신불산 정상 전경
▲ 신불산 공룡능선 아래 전경. 뒷편 칼바위를 걷는 등산객이 개미처럼 보인다.
▲ 신불산 오르막길이 끝나고 능선길을 만나는 지점, 이제부터 고생끝이다.
▲ 손에 잡힐 듯 보이는 신불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완만한 능선길로 이어진다.
신불산 정상이 가까워진다. 이제 오르막이 없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를 때 나보다 한발먼저 앞서가던 거친 숨소리도 안정을 찾는다. 주변 길에는 다양한 가을꽃이 피어나 반겨주고, 멀리 산 능선 사이 흐릿한 시야에는 지천에 억새가 물결치고 있다. 억새숲은 강원도 민둥산을 최고로 이야기들 하지만 영남의 알프스 산길에서 만나는 억새길이 최고라고 본다. 끝없이 이어지는 억새의 자지러지는 모습은 간월재에서 신불재까지 끝없이 펼쳐진다.
▲ 신불산에서 바라 본 영축산으로 향하는 능선길
▲ 중간 신불재 너머 영축산이 있다.
▲ 신불재에서 영축산으로 오르는 나무데크길이 가파르게 보인다.
▲ 신불산 정상 바로 앞에서 잠시 가을을 즐겨 본다.
▲ 신불산 정상 도착
▲ 신불산 정상에서 일박을 하려는 등산객
▲ 무너져 있는 신불산 돌탑
숨쉬기조차 버거웠던 산길을 벗어나 정상에 오르니 돌탑이 많이 무너져 있다. 정상석에서 흔적을 남기려는 사람들, 정상 주변에서 일박을 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하산을 결정하기 위해 의논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 남지 않는 해넘이를 대비하여 분주하게 움직인다. 정상에서 어디로 향할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공룡능선을 지나 칼바위 아래 흥룡폭포길을 따라 간월산장으로 내려가던지 신불재에서 내려서던지 아니면 영축산까지 갈 것인지를 잠시 고민하다 영축산으로 향하기로 했다.
▲ 신불산 정상에서 바라 본 영축산으로 향하는 길목 아래 신불재가 위치해 있다.
▲ 신불재로 내려서는 나무데크 길이 열려져 있다.
간월산(1,069m)에서 간월재를 거쳐 신불산(1,158m) 정상에서 잠시 머문 후 억새바람길을 따라 신불재 그리고 영축산(1,081m)으로 발길을 옮겼다. 억새바람길은 영남 알프스 제1구간으로 간월재-신불산-신불재-영축산을 잇는 약 4,5km 코스로 간월재에서 영축산까지 2.9km 산길이며, 이동하는 내내 억새가 주변을 떠나지 않는 가을 억새길이다.
▲ 영남 알프스 능선길 자락이 아름답게 조망된다.
▲ 신불산 신불재로 내려서다 뒤돌아 본 신불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
▲ 신불재로 내려서다 만난 양산시 방향 전경
▲ 완만한 능선이 이어진다.
▲ 신불재가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신불재에서는 사방 동서남북으로 길이 열려져 있다.
▲ 신불재 주변 억새군락
▲ 신불재 주변 춤추는 억새
▲ 억새군락 사이 간간이 보이는 나무들
▲ 신불재 전경
신불재는 간월재보다 사람이 적다. 사방으로 열려져 있는 신불재에서 잠시 멈춰 사방을 바라보면 고달함 속에서도 꿋꿋하게 걸어가는 숨소리가 들려온다. 가파른 계단길이 산자락을 따라 열려있다. 바람소리길 구간에는 햇살을 피할 공간이 거의 없을 만큼 숲이 없다. 억새 숲 사이로 나무데크길이 열려 있고 오직 그 길을 따라 뚜벅뚜벅 심장박동 소리에 발맞추어 나아가면 된다.
▲ 신불산 정상에서 신불재로 내려서는 나무데크길이 가파른 언덕에 형성되어 있다.
▲ 이제는 영축산으로 향하며 내려다 본 양산시 방향 전경
▲ 영축산으로 향하는 길 역시 억새군락이 형성되어 있다.
▲ 깍아지런 듯 절벽 옆으로 난 길도 통과하며 산행을 즐긴다.
▲ 걷다보니 나홀로 산길에 남아 있었다.
영축산으로 가는 길은 고요하다. 간간이 만나는 등산객을 제외하면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등산로가 벼랑 옆으로 이동하면 아찔한 풍경이 발끝자락에 매달리기도 하는 산길을 따라 이동하다보면 빽빽한 억새 숲을 비집고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스쳐간다. 발밑에서는 계속 가을이 부스럭 꺼리며 신음한다.
▲ 영축산 가는 길 주변은 남성적인 산세가 이어진다.
▲ 어딜보아도 만나는 것은 억새뿐이다.
▲ 영축산이 점점 가까워지자 광활한 평지가 펼쳐진다.
▲ 어딜 보아도 억새 뿐
▲ 왜 영축산으로 향하는 길이 억새바람길인지 이유를 알 수 있게 하는 길에 들어선다.
▲ 단조늪 고산습지를 통과한다. 단조늪 고산지대 안내글을 옮겨보면 " 이곳은 멸종위기 및 보호대상 야생돌식물의 서식 등 특수한
자연 생태계가 유지되는 곳"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 영축산을 향하여 오르는 억새 사이로 난 길
억새장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자연 그대로 은백색이 햇살이 쏟아지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보잘 것 없는 들꽃부터 억새 그리고 숲길이 가을 분위기를 달콤하게 연출 해 준다. 신불산에서 내려선 후 신불재에서 잠시 짧은 오르막길을 지나고부터 계속 평지길 을 걷다 쉬다 그렇게 영축산 바위길 아래서 다시 오르막길을 만난다.
▲ 억새 길을 헤치며
바람이 불때마다 억새들은 일제히 춤을 춘다.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한결같이 감상적이다. 계절이 가고 오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도 따라 변한다. 그러고 보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 아니던가. 억새숲 사이로 자연과 공존하고자하는 사람들은 야영준비를 하느라 분주해 보인다. 자연의 아름다운 장관은 노력 없이 즐길 수 없는 것이 아닌가.
▲ 영축산 정상으로 오르는 가파른 언덕길
▲ 가을 풍경
▲ 영축산에서 내려서는 사람들
▲ 영축산 정상에서 잠시 머물다.
▲ 영축산 정상에 핀 구절초
▲ 통도사 방향 지산마을로 내려서는 길은 억새가 사라지고 좁다.
▲ 험한 경사길을 따라 내려서야 한다.
정상에서 산자락을 타고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경사진 비탈길이 좁아 바짝 긴장을 하며 걷다 뛰다를 반복한다. 여름이 지나면서 짧아진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통도사 방향으로 내려서야 했지만 잘못되어 하북지내마을로 향한다. 정상에서 4.5km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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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재에서 오르막길을 잠시 수고하면 대부분 평지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고로움이 거의 없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억새숲길이 이어지고 햇살의 기세가 누그러지면 억새숲길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마치 광야와 같은 장쾌한 풍경을 뒤로하고 오늘 하루 얼마나 산길을 헤맸는지 스스로가 놀라울 일이다. |
그러고 보니 병원생활 끝내고 전국을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걸었던 하루가 아닌가 싶다. 한때 지리산을 종주하던 나로서 산을 걷는다는 것은 이제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며 지냈는데 그동안 이곳 저곳 끼웃꺼리며 체력보강을 나름 한 덕분이다. 어쩌면 올 가을 지리산을 다시 찾을 수 있겠다는 작은 희망이 생긴다. 홀로 물통 두개 달랑차고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각 단체에서 찾아와 이정표로 남겨준 종이가 바람에 연처럼 나부끼는 것을 보면서 산악인에게 제발 안내 종이를 마지막 등반객이 회수를 하길 이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부탁해 본다.
즐거운 여행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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