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람사르총회가 열린
세계5대 연안습지 "순천만".
아름다운 연인들이 70여만 평 갈대숲으로 숨어들면서 갈색여행이 시작된다. 2008 람사르총회가 열린 세계5대 연안습지 중 한 곳인 순천만은 대대포구라는 작은 항구를 끼고 있다. 동쪽으로 여수반도와 서쪽으로 고흥반도를 끼고 있는 대대포구는 39.8km, 해안선에 21.6km갯벌과 국내 최고 27km 갈대밭이 어우러져 사시사철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갈대가 빛바랠 즈음 찾아오는 철새와 용산전망대 아래 펼쳐지는 자줏빛 칠면초, 해질녘 선홍빛으로 물드는 ‘S’라인 낙조는 순천만의 매력이다.
▲ 10월 중순 순천만 용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갈대숲 전경. 칠면초와 갈대의 색이 대비를 이루고 있다.
세계5대 연안습지 순천만이 오늘날 국내 최고의 갈대 군락지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한국문단 감수성의 혁명을 일으킨 김승옥 작가의 근대단편소설인 ‘무진기행’ 배경지로 알려지면서 작가 문학 지망생이 무진을 찾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안개가 무척 많은 소박한 작은 항구 마을 무진에서 부슬비 내리는 날 방죽에서 자살한 술집여자의 죽음에 연민의 정을 느끼면서 소설은 흥미진진해 진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문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에워싸고 있다 할 만큼 무진은 갈대보다 안개가 유명했다.
일출이 아름다운 화포마을
순천만은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데 일몰은 순천만 용산전망대로 이미 전국에서 손꼽는 명소이며, 일출은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앞쪽 산자락에 위치한 화포마을이다. 화포마을은 일출 명소로 돌탑(소망탑)을 항구에 세워놓았다.
▲ 화포마을 선착장 옆으로 드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다.
▲ 9월 말 칠면초와 갈대가 갯벌 주변에서 영역을 다투고 있다. |
▲ 12월 초 건조한 갈대숲 |
순천만에서 갯벌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전통어업 방식으로 대갱이(깻쭈끄레미)를 잡는 모습과 뻘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물이 빠지면 뻘배를 밀고 바다를 나간다. 낚싯대를 던져 눈먼 망둥이를 잡는 사람, 갯가에 드러난 그물 속에 걸린 고기를 찾는 사람, 조개를 캐는 사람이 발목에서 무릎까지 빠지는 갯벌에서 또 하루를 열고 있다.
▲ 갯가에서 먹이를 찾는 도요새 |
▲ 대갱이를 말리고 있는 모습 |
▲ 짱둥어 |
▲ 뻘배를 밀고 갯벌로 나아가는 어민
뻘배를 밀며 작업장으로 향하는 주민의 모습을 통해 생동감이 느껴지는 순천만은 갯벌 속에는 다양한 생명이 숨 쉬고 있는 곳이다. 갯벌에는 유기물이 풍부하여 게류, 조개류, 갯지렁이로 풍부하여 천연기념물이 흑두루미,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도요새를 비롯하여 200여종 철새의 보금자리로 알려져 있다.
대대포항 탐조선
순천만을 거슬러 오르는 순천만 생태체험선 선상투어는 갯벌과 갈대 속에 머물고 있는 철새 특히 흑두루미의 모습을 관찰 할 수 있다. 대대포구에서 출발하여 "S"자 갯골까지 왕복 6km를 35분간 운행 된다. 선상투어는 월요일 배편이 운행하지 않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승선은 사전예약(061-749-4059, http://www.suncheonbay.go.kr )을 한 후 선착장에 도착하여 승선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 순천만 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탐조선 투어. 12월 갈대 숲 사이로 철새를 탐조 할 수 있다.
▲ 갯가에서 머물고 있는 청동오리떼 |
▲ S자 물길을 헤치고 향해하는 탐조선 |
▲ 낙조로 금빛으로 물든 순천만 |
생태체험선 선상투어는 계족산(723m) 아래 심원마을에서 발원한 동천이 순천만으로 흘러드는 물길 끝지점에 있는 대대선착장에서 ‘S’자갯골까지 왕복 6km 구간을 운행한다. 11월이 되면 탐조선을 이용하여 국제보호조인 흑두루미와 검은머리갈매기를 만날 수 있다.
국내 최고의 명품 갈대데크
갈대 사이로 이어지는 데크를 따라 용산전망대로 향한다. 느린 걸음으로 걷다보면 갈대 사이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들을 만나게 된다. 오른손 집게를 흔들며 구애하는 농게의 현란한 손놀림, 뻘 위를 뛰어다니는 짱뚱어의 우스꽝스런 모습, 알록달록 염생식물을 만나다 보면 미묘한 감성을 자극한다.
▲ 12월 갈대데크길에서 추억만들기 바쁜 연인
갈대숲에서 만나는 자연과 대화를 시도하다 보면 걸음걸이가 느려지기 마련이고, 느려지는 만큼 자연을 가슴에 담는 느림의 미학이요, 한 박자 쉬어가며 즐길 수 있는 멋과 낭만이 있는 길이다.
▲ 10월 초 순천만 갈대데크 진입로 전경. |
▲ 12월 초 순천만 갈대데크 진입로 전경 |
갈대 사이로 엄지손가락 크기의 짱뚱어가 인기척에 갯벌에서 뜀박질을 한다. 게들은 진흙속으로 몸을 숨기고 지켜보는 나도 숨을 멈춘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인기척이 없다는 것을 감지한 겁쟁이들이 모습을 다시 드러낸다.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그렇게 하루가 또 흘러가고 있다.
"S"라인 용산전망대
갈대데크를 벗어나 산길을 따라 오른다. 약 1.2km 산길을 따라 쉬엄쉬엄 걷다보면 도착하는 용산전망대에 오르면 "S"자 물길의 낙조와 칠면초(마을에서는 기진개라 한다)의 붉은 모습 그리고 타원형을 하고 있는 독특한 갈대군락지를 내려다 볼 수 있다.
▲ 12월 용산전망대에서 맞이하는 'S'라인 낙조 전경
▲ 전망대로 향하는 숲길 |
▲ 용산전망대 'S'자 물길 |
▲ 낙조를 바라보는 탐방객 |
해가 넘어들자 바다는 온통 홍조 빛으로 사랑에 빠져든다. 전망대에서 마주하는 연인의 얼굴에도 홍조 빛으로 변한다. 연인들은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처음 찾은 여행객은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와 대박"이라며 즐거운 탄성을 쏟아내며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 10월 초 용산전망대에서 바라 본 칠면초와 갈대군락. |
▲ 12월 초 용산전망대에서 바라 본 갈대군락 |
▲ 용산전망대에서 바라 본 솔섬방향 낙조
일몰이 시작되면서" S "자 물길이 미약하지만 이글꺼리기 시작한다. 금방이라도 용광로에서 울컥 쏟아 낼 것만 같은 오묘한 색감이 물길을 따라 그렇게 흐른다. 바람마저 숨소리 죽여 버린 순천만은 그렇게 눈시울을 적시며 세상을 끌어안고 하루를 마감하는 곳이다.
칠면초 정원 구동마을 앞 갯가
용산전망대에서 산길을 약 400m 내려서면 자줏빛 융단을 펼쳐 놓은 듯 염생식물 칠면초가 갯벌을 메우는데 그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갈색으로 변하지 않은 갈대와 단풍으로 짙게 물드는 칠면초의 묘한 조화로움이 감탄을 연발하게 한다. 칠면초는 여름 녹색을 띠고 있다가 염도에 따라 붉은색이 자주색으로 변하는데 색이 일곱 번 변한다하여 칠면초라 한다.
▲ 구동마을 갯가에는 칠면초가 허드러지게 피어나 물들었다. 용산전망대 아래 갯가로 용산전망대에서 내려서면 된다.
잿빛 개펄에 자줏빛 칠면초 그리고 가을을 향해 가는 초록의 억새가 그려내는 모습은 자연이 찾아오는 이들에게 전해주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다. 칠면초의 아름다운 모습은 가까이서 만나는 것 보다는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좋다. 가까이 다가서면 바닥이 쩍쩍 갈리진 갯가에 얄팍한 뿌리 내리고 농사 초년병이 논에 모를 손으로 심어둔 듯 듬성듬성 자리고 있기 때문이다.
▲ 10월 초 칠면초 군락지 자줏빛 |
▲ 11월 초 칠면초 군락지 홍조빛 |
칠면초를 가까이서 쉽게 만나기 위해서는 ‘전남 순천시 해룡면 농주리 522-3’을 입력하고 진행하면 용산전망대 아래에 도착한다. 지방도 863번 해룡길을 따라 순천 대대동에서 여수방향으로 진행하다 도로변 버스정류소 ‘농주’를 보고 마을길로 들어서면 농주마을회관을 거쳐 구동마을 앞 농로길 끝이다.
솔섬 낙조가 아름다운 와온해변 에코비치캐슬
칠면초 조망 데크를 시작으로 솔섬 낙조로 유명한 와온까지 해안을 따라 약 2.25km 걷다보면 솔섬을 배경으로 해넘이가 가장 아름다운 에코비치캐슬에 도착한다. 와온해변 주변 길은 순천만 낙조 중 또 하나의 낙조로 알려진 작은 ‘S’라인과 솔섬을 배경으로 그려내는 반영 모습 또한 놓칠 수 없는 여행꺼리다.
▲ 솔섬을 배경으로 낙조가 시작되고 있다.
▲ 솔섬을 배경으로 주변을 이동하면서 바라 본 전경
▲ 와온해변 전경
붉디붉은 남도 갯벌위에서 맞이하는 낙조는 솔섬 위에서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빛내림을 하다 솔섬 뒤로 숨어 버리는데 그때 솔섬 앞으로 펼쳐진 갯벌 위에 또 하나의 태양이 투시되어 이곳을 두 개의 해넘이를 만날 수 있다며 순천만 용산전망대 S라인 낙조와 함께 유명한 곳이다.
여행을 마치며
순천만은 철저하게 자연과 어우러짐을 원칙으로 한다. 철새의 휴식을 위하여 조명을 가급적 설치하지 않고 꼭 필요하다면 낮게 설치 할 만큼 화려한 공원과는 거리가 멀다. 순천만의 다양한 생태자원을 보존 및 학습을 할 수 있는 순천만자연생태관, 그리고 밤이면 천문대를 통해 별을 관측할 수 있으며, 낮에는 천문대 관측소 앞에서 순천만을 찾아오는 철새를 탐조하도록 망원경을 설치해 두었다. 순천만은 빨리 빨리를 외치는 현대사회 속에서 진정한 느린 속도의 가치를 보여주는 자연공간임은 틀림없다.
여행팁
화포마을-9.6km(차량이동)-순천만주차장(주차)-400m(도보)-선착장-2.56km(도보)-용산전망대-400m(도보)-구동마을-2.25km(도보)-에코비치캐슬-900m(도보)-와온해변
화포마을로 향하는 길목에 식당이 자리 잡고 있다. 여행은 순천만을 시작하는 것 보다 우선 화포마을을 먼저 들러 해안 갯가 전경을 마음에 우선 담고 오후 해질녘 3시간 정도 남겨두고 순천만 주차장에 도착하여 주차를 한 후 갈대데크를 따라 용산전망대까지 도보로 이동하여야 용산전망대에서 ‘S’자 물길 낙조를 만날 수 있다. 솔섬 낙조를 만나려면 용산전망대에서 구동마을을 거쳐 와온해변까지 걷거나 차량으로 이동하면 된다.
즐거운 여행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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