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책상
1년 전이었습니다.
아빠가 트럭에서 큰 책상 하나를 집으로 들고 들어왔습니다. 거무튀튀하고 기름 냄새가 물씬 풍기던 책상은 너무 커서 안방으로도 내 방으로도 들어가지 못하고 그날부터 우리 집 거실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어디서 난 거야?”
책상에 대해 엄마도 아빠도 아무 말 하지 않았습니다.
그 책상이 거실로 들어오면서부터 아빠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집은 책상의 무게만큼 점점 무겁게 변해갔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에 아빠가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월급대신에 책상을 가져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던 올해 봄이었습니다.
마침내 아빠는 활짝 웃으시며 책상을 트럭에 실었습니다. 다시 출근을 하게 되었다는 말은 엄마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아빠가 그 책상에 앉아서 일하시는 거야?”
“아빠는 훌륭한 가구를 만드는 사람이잖니. 책상에 앉아 어떤 가구를 만들까 궁리를 하는 거지.”
나는 아빠가 다시 출근하는 것도 좋았지만 무겁게 보이던 책상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그럴 수 없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사흘 뒤에 책상이 다시 우리 집 거실로 왔습니다. 그리고 집은 또한번 책상만큼 무거워졌습니다.
몇 달이 지났을까요.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시골에 가서 아빠가 만들고 싶은 가구를 만들기로 하신 겁니다. 나는 이제 책상은 여기에서 안녕이라고 생각하고 이삿짐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빠는 책상을 제일 먼저 트럭에 실었습니다.
‘좋은 것도 아니면서…….’
나는 트럭에 올라가서 처음으로 아빠의 책상을 보았습니다. 거무튀튀하던 책상이 햇빛을 받아 반짝 하고 빛을 내는 곳! 그것은 엄마와 내가 어느 집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책상에 아빠는 우리 가족의 꿈을 조각칼로 그려 놓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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