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에서
겨울 경주가 소란스럽다. 보기드문 폭설로 인하여...,
▲ 석굴암으로 향하는 여행객
석굴암이 세계문화제로 등록되면서 사람들이 부쩍 석굴암의 오묘한 진리에 관하여 입이 마르도록 설명을 하지만 정작 유리창 넘어 바라보면 그저 밋밋할 뿐 딱히 칭찬할 부분이 없다. 석굴암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은 탓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석굴암을 찾고는 한결같이 아름답다, 신비하다며 말하지만 유리창에 갇혀 버린 불상이나, 기계소리 윙윙 돌아가는 소음이나, 시줏돈 많이 주면 들어가서 예불할 수 있는 석굴암이고 보면 신도의 눈높이를 위해 본존불을 중앙에서 비켜 모시고 양손의 크기를 달리하면서까지 입체적으로 구상했던 당시의 노력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 토함산으로 오르는 구비길
▲ 올라와 보니 주변이 설굴이다.
▲ 겨울에 푹 빠져 있는 나무
▲ 석굴암 가는 길 초입
경주 석굴암의 조성경위를 살펴보면 8세기 중엽인 통일신라 경덕왕 10년(751) 당시 시중이던 김대성(제상을 지낸 문량의 아들 집사부 중시(훗날 시종))이 불국사를 중창할 당시 왕명에 의해 착공하지만 석굴암이 완성되기 전에 죽게 되자 국가에서 완성했다고 한다. 시중 벼슬이던 김대성이 부모님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는 구전기록으로 볼 때 터무니없는 부분이다. 그 후 1907년 일본 집배원에 의하여 발견된 석굴암은 일제강점기 일본인으로부터 시멘트 공법을 동원하여 원형이 파괴되는 운명에 처하게 되고 오늘날 유리 속에 갇혀 신음소리만 내는 신세로 전략하고 있지만 누구도 원형복원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을 만큼 석굴암은 정교한 기법과 착시현상을 통해 입체감을 최고로 끌어 올린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 매표를 하고 석굴암을 향해 산길을 걸어 들어가야 한다.
▲ 설국에 연등이 묘한 색조대비를 이루고 있다.
▲ 연등 위 하얀 눈이 소복 쌓여 바람에 술렁인다.
▲ 석굴암 가는 길
▲ 석굴암 가는 길
▲ 석굴암 가는 길
▲ 석굴암까지 연등이 이어져 있었다.
▲ 석굴암 가는 길목 산 아래편 설국
▲ 설국이 만든 상고대도 보인다.
▲ 배고픈 산새가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 카메라를 눈치채고 자리를 떠나는 산새
▲ 석굴암 입구 도착
▲ 석굴암은 지금 수리중 ?
석굴암에 모셔져 있는 본존불은 석가여래상 또는 아미타불로 보는 경향이 있다. 석가여래는 불교 창시자인 석가모니이며, 아미타불은 서방 극락세계를 통해 중생에게 자비를 베푸는 보살로 무량수불 또는 무량광불로 불리는데 김대성이 부모를 위해 조성했다면 아미타불이 맞을 것이고 동해로 침입하는 왜적을 물리치고자 하였다면 석가여래상이 맞을 것이다. 1891년 석굴암 해체복원 당시 “미타굴”로 기록되어 있는 점, 미타굴 이전에 수광전으로 불렀다는 점으로 미루어 아미타불이 본존불임이 거의 확실시 하다.
▲ 석굴암 앞에 있는 절집
석굴암 본존불이 향하고 있는 방향은 해 뜨는 동쪽으로 본존불이 수중대왕릉과 직선상에 놓여 있어 문무대왕과 관련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김대성이 자신의 부모와 문무대왕과 연관성이 없으므로 일개 시종이던 김대성이 만들었다는 것은 낭설에 불과하고 하필이면 그 먼 산 정상에 석굴을 만들어 모셨는가 하는 부분을 생각해 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석굴암 본존불이 모셔진 곳은 경주에서 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지역으로 본존불이 향하는 곳 역시 바다이다. 지금은 막혀 바다를 볼 수 없지만 본존불의 능력으로 바다로부터 침입하는 왜적을 물려 쳐 달라는 염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 공사현장 대형 가림막
석굴암은 1995년 12월 불국사와 함께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공동 등록,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천장 원형 주실은 무려 360개의 널찍한 돌로 만든 독특한 건축 기법이며, 일본이 석굴암을 수리하기 위해 해체 하였다가 조각을 다시 끼워 넣지 못해서 시멘트로 공사를 강행 하였는데 많은 석재가 남아 지금도 흩어져 석굴암 입구에 모아 둘 만큼 정교하게 만들었다.
▲ 석굴암 앞 풍경
▲ 석굴암 앞 절집에서 차가 눈길을 내려가기 위해...
▲ 석굴암 입구
▲ 석굴암 주실로 가는 63계단
석굴암 주실 입구 63개단을 오르면 유리창에 갇혀 있는 석굴암의 주인을 만나게 된다. 신라 경덕왕 10년(751) 재상으로 지내던 진골귀족 출신 김대성(?-774)이 토함산에서 동해를 조망하는 공간에 공사를 시작하여 혜공왕 10(774) 창건하였다 전한다. 중심불은 높이는 3m로 신라시대 최고 대표적인 작품으로 국보 제24호 및 1995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삼국유사 ‘효선·대성효이세부모’조 에는 석불 천장돌을 만드는데 돌이 세조각으로 갈라졌고 대성은 분해하다 잠들었는데 천신이 내려와 만들어 놓고 떠나자 대성은 남쪽 고개로 달려가 향나무를 태워 천신을 공양하였는데 그 고개를 항령(香嶺)이라고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 석굴암 앞 사찰의 측면
1910년 일제 강점기 석굴암을 경성(현 서울)으로 옮기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해체된 석재를 감포로 이동하여 배편으로 인천까지 가는 길을 택했지만 지역민이 강하게 반대하여 현지 보전하는 과정에 원형이 훼손 변질되면서 오늘날 모습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인공 석굴 석굴암은 본존불을 중심으로 십일면관음보살상, 제자상, 천왕상 총 39채 불상이 있으며, 전실과 통로. 주실로 구성되어 있다.
완벽한 미(美)를 나타내고 있는 석굴암(石窟庵)은 일제강점기 당시인 1907년 토함산을 넘어 우편배달을 하던 집배원이 발견하면서 알려졌다고 한다. 삼국시대를 지나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불교문화는 많은 과정을 겪었고 아마 석굴암도 숭유억불정책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을 것이다. 1913년 석굴암은 전면 보수공사에 들어가게 된다. 당시 조선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는 거금 2만2,726원을 들여 보수하였고 그 과정에서 당시 일제의 신기술이라는 시멘트 공법과 지붕을 제거하면서 오늘날 습기제거를 위해 유리창에 갇혀 버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유리창 너머 본존불 사진을 찍을 수 없느냐는 질문에 절대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옛날에는 카메라 불빛으로 인해 보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지금은 플래시 없이 그냥 막샷을 날려도 되는 시대에 왜 안 되냐고 묻자 카메라로 찍는 순간 눈에 안 보이는 미세한 기운이 불상에 전달된다는 것이다. 21세기를 살면서 참으로 딱한 소리가 아닌가. 금이 갔다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사정을 묻자 이미 오래전 이야기라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또한 불상에 이상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박근혜대통령이 급히 다녀갓다며 힘주어 말한다. 더 듣다 보면 입이 거칠어 질 것도 같고하여 급하게 빠져 나왔다.
▲ 산새는 바위틈에서 겨울을 보낸다.
석굴암 여행은 그동안 스쳐가도 들르지 않았다. 밀폐된 공간에 갇혀 있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하였을 뿐 아니라 친일파에 의해 너무 과대평가하는 언론을 보면서 일제에 의해 강요된 석굴암 예찬론이 거북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달라져야 하지만 고고학자나 역사학자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가 거금들여 원형을 무시하고 만든 후 일본인이 기록해 놓은 자료를 통해 당연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시멘트로 발라 햇볕 한줌 못보고 갇혀 있는 모습이 진정한 석굴암이란 말인가. 선조가 습기제거를 위해 조성했던 그 기술은 무시되고 일제가 튼튼하다며 바른 시멘트 공법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습기제거 기계까지 돌려가며 지켜야 하는가? 우리의 기술로 옛 선조의 지혜처럼 복원하면 안되는 이유가 일제강점기 돈을 수없이 들여 만든 위대한 점령군 일본인을 칭송하기 위한 것인가? 제발 복원을 우리나라 방식으로 하자. 언제까지 기계실에서 습기제거해 가면서 보존 할 것인가.
오늘날 문화재를 바라보면서 우리의 시선으로 석굴암을 바라 볼 필요가 있지만 아쉽게도 들어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개인적으로 석굴암을 하나 더 만들어 일반인에게 전시하는 기회를 이야기 해왔다. 요즘 같이 좋은 시절에 옛 모습으로 복재하는 게 그리 어렵지도 않지 않는가.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도록 제2의 석굴암을 기대해 본다.
즐거운 여행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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