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전여행/04월 여행

[경남 창원] 천주산 진달래 산허리를 장악하다.

허영꺼멍 2011. 4. 20. 23:37

 

 

 

 

아버지를 만나고 북면 마금산 온천에서 모처럼 옆구리 파스떼고 온천욕을 하고나니  운전대

잡은 손은 나른하기만 하고.. 잠시 잠을 청하고 갈까하는 생각에 국도변 한적한 잠자리를 찾

는데... 어라.. 산이 붉다!                                                                                         

 

몇일전 아버지가 몸을 조금 거동하면서 나도 여유가 생겨 인근에 있는  천주산 등산을 시도

했다가 입구에서 돌아오는 불상사가 생겼는데.. 하필이면 주차를 하고 몸을 눕고자 했던 곳

에서 차장 밖 풍경이 천주산 진달래가 능선을 불태우고 있었다.                                     

 

시간은 4시를 살짝 넘겼고.. 기본 3km는 올랴야 하는데.. 그것도 1.5km는  수직 상승해야만

하는 저 산을 올라야 하나.. 갈등도  잠시 일단 올라보자는 생각으로 물과 빵을 가방에 챙겨

넣고 천주산을 굼벵이처럼 오르기 시작했다.                                                              

 

아동문학가 동원 이원수 선생의 "고향의 봄"  창작 배경지로 알려진  천주산은 올해도 어김

없이 울긋불긋 진달래가 탐스럽게 피어 온산을 핏빛으로 물들였다.                               

 

천주산(638.8)은 하늘을 받치는 기둥이라는 뜻으로 주봉인 용지봉을 위시로 창원시, 마산

구, 함안군을 품고 있는 전국 으뜸의 진달래 군락지로 알려져 있다.                              

  

 

등산코스는 천주암 아래 주차장에 주차 후 도보로 천주암-산태샘-만남의광장-정상을 오른 후

다시 올라왔던 길을 따라 하산하기로 했다.                                                                    

 

남들은 3키로 정도야 한시간 반이면 떡친다며 오르지만.. 나는 올라가는데 2시간 이상을  잡고

미니 베낭에는 생수와 먹꺼리가 가득.. 굶어 죽을 순 없다는 당찬 생각에..                           

 

 

천주암.. 일주문도 왕방울 눈을 굴리는 사천왕사도 없는 절집 앞을 조용하게 스쳐가려다 종교

가 불교는 아니지만 예수면 어떠하고,  부처면 어떠하리.. 일단 절집은 돌고 가자며..  (사실은

화장실도 급했다는..)                                                                                                

 

 

 

올라보자.. 어릴적이야 지리산 쯤이야 했지만.. 언제부터인지 답사여행으로 전향했고 그 후로

걷는다는 것은 악몽이 아니였던가.. 그런데 요즘 다시 산을 살살 걸어 본다.. 장단지에 파스를

도배하더라도.. 그런데..  그런데.. 정말이지 천주산 진입 1.5km는 하늘을 받치는 기둥답게 경

사가 장난이 아니다..                                                                                                

  

 

만남의 광장 200m 남겨 둔 산길 왼편 창원공단방향에 진달래가 맨발로 마중 나와 있었다.

 

 

만남의 광장을 지나 또 다시 숨가쁜 400m 도전!

"쥑이라"를 외치며.. 땀은 이미 온몸을 적셔 놓았는데..어라..꼬맹이가 쌩~ 앞질러 가네..

허기사 나도 한때 너만할때.. 너..만..할때...

등산은 무신...

산에 나무하러 다녔다!

 

 

내려가는 사람이 오늘따라 너무 부러웠고.. 내가 괜한 짓을 한다 싶은 생각에.. 차 속에서 곤히

잠이나 자고 갈껄.. 차라리 주남저수지 제방에 주차하고 쑥이나 캐던지..                             

 

 

 

 

 

 

드뎌 진달래 군락지다!

 

 

 

 

 

 

 

 

 

 

 

 

 

 

 

정상에 올라보니.. 너무 휭하다..

아찔한 바위도 없고..

뭔가 의미심장한 깃발도 없고..

여기저기 등산회에서 땅에 남겨둔 그놈의 A4 이정표가 돌에 눌러 파르르 떨고 있다.

 

산악회는 봐라!

 

산을 오르는 것은 좋지만..이정표를 바닥에 두는 것은 뒷 일행을 위해 좋지만..

마지막 주자는 그 종이를 다시 회수하면서 올라라1

 

산에 쓰레기 버리는 것과 뭐가 다른가!

썩지도 않는 깃발을 나무에 주렁주렁..

 

산을 좋아한다면서

나무에 목 졸라매고

다니니 좋디?

 

제발 그러지 마라.

 

 

 

 

 

 

 

 

 

 

 

 

 

 

 

 

 

 

 

천주산 진달래를 가슴에 품고

 

오늘도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