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전여행/01월 여행

[01월 초순] 해를 품은 암자 향일암

허영꺼멍 2014. 12. 28. 19:35

 

 

 

해를 품은 향일암을 가다

 

여수시를 통과하여 거북선대교를 건너 돌산도로 진입한다. 여수 끝자락에 1984년 돌산대교가 연결되면서 섬을 벗어났으며, 2012년 여수시 종화동과 돌산읍 우두리를 잇는 길이 744m 거북선 대교가 건설되면서 두 개의 다리가 돌산도를 잇고 있다. 돌산도는 3개의 유인도와 19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국내 8번째 큰 섬으로 섬 끝자락에 향일암을 두고 있다.

 

▲ 향일암에서 일출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임포마을

 

향일암에는 주차장이 진입구간인 향일암 자연관찰로 종점 지점에 임포주차장이 있으며, 임포마을 내 해맞이 전망대 아래 2층 공간에 주차를 할 수 있지만 인파가 밀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임포마을로 진입이 어려워 마을입구에 주차 후 약 900m 거리를 걸어서 향일암을 올라야 한다.

 

 ▲ 한치를 삶아 판매하고 있다.

 

향일암을 오르는 길은 좀 독특하다.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르는 약 300m 골목길 좌우에 상점을 열고 영업을 하는데 다른 곳과 달리 해풍에 잘 자란 갓을 이용하여 만든 여수특산물 갓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가계마다 갓김치를 썰어놓고 올라가는 탐방객에게 맛을 권하는 풍경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곳 향일암 향하는 길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최근에는 갓김치와 함께 석화구이, 삶아 말린 홍합, 통으로 삶아낸 한치 등 다양한 먹꺼리를 판매하고 있다.

 

▲ 말린 홍합, 다양한 김치류를 판매하고 있다.

 

매표소에서 입장을 하려면 2,000원과 표를 바꾸어야 한다. 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도 없는 곳에서 입장료를 받자니 머쓱한지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40호라고 적어 놓았다. 문화재관람료 명분으로 절간에 입장료를 받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향일암 매표는 조금 당황스럽다.

 

▲ 화재 후 새롭게 조성한 일주문

 

매표소를 출발하여 일주문을 거쳐 해탈문으로 오른다. 일주문에 거대한 거북조각을 보면서 잠시 멈칫하다 다시 가파른 길을 오른다. 계속되는 오르막의 끝자락은 해탈문이다. 해탈문이라하여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 한명 겨우 빠져 나갈 수 있는 바위틈 사이로 열려져 있는 길로 덩치가 큰 사람은 들어가기 어려워 보인다.

 

▲ 해탈문으로 첫번째 석문이다.                       

                 ▲ 해탈문을 돌아 오르는 두번째 석문이다.

 

해탈문을 통과하면 또 다른 석문이 곧장 기다리고 있다. 대웅전으로 향하기 전까지 두 개의 석문을 통과하여야 한다. 대웅전 앞에 서면 종무소와 종각 그리고 왼편으로 하관음전(용왕전)이 있으며, 대웅전 뒤편으로 상관음전과 해수관세음보살 그리고 사랑나무 연리목과 원효스님 좌선대가 있다. 대웅전 오른편으로는 삼성각과 경전바위 그리고 돌아 내려서는 길목에 책육당(요사채)이 있다.

▲ 화재 후 새롭게 조성한 중심전각

암자로 오르는 길목 바위틈을 빠져가며 대웅전을 거쳐 관음전으로 오른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인 화엄사 말사인 향일암은 의자왕 19(659/ 선덕여왕 8) 원효대사(617-685)가 원통암(圓通庵)을 창건 후 고려 광종 9(958) 운필대사는 금오암으로, 1715년 인묵대사가 주석하면서 자리를 옮겨 향일암으로 명명하였다. 원통암이란 원통자재를 의미하는 말로 관음도량이라는 의미이며, 거북 모양을 통해 금오암 또는 영구암이라 불렀다.

 

▲ 상관음전에서 바라 본 남해바다 전경

 

사찰에 들어서면 큰 대웅전이나 많은 암자를 기대한 사람이라면 실망이 앞선다. 없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향일암에서는 내 놓을 것이 없다. 그러나 없다고 단정 짓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겨우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바위문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돌 틈 사이로 열린 길을 따라 오르면 고목이 된 동백나무숲과 절간 담장에 올려진 거북 돌은 당장이라도 성큼 바다로 내 딛을 것 같다.

▲ 상관음전으로 향하는 석문

 

대웅전에서 상관음전으로 오르는 길목은 석문이 연이어 있다. 때론 짧은 석문과 넓은 공간으로 넉넉하게 비켜갈 수 있지만 상관음전을 앞둔 석문은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길이 열려 있다.

 

▲ 종각 주변에 온통 돌거북이 자리잡고 있다.

 

향일암을 여행하다보면 만나는 돌에서 거북 문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곳 향일암이 있는 지형은 풍수설로 보면 거북이 바다로 발을 딛는 형상을 하여 산을 금오산이라 부르며, 절을 영구암이라 하였다 한다. 풍수설에 의해 거북 혈에 해당되는 곳에 쇠붙이를 올려놓거나 구멍을 뚫지 못하게 하였는데 향일암으로 오르는 난간을 만들기 위해 철주를 설치한 후 임포마을에서는 지하수 개발하였을 당시 굴착기가 부러지는가 하면 향일암 주지 스님이 한쪽 다리가 마비되는 일이 생겨 급히 철책을 제거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 난간에 올려져 있는 바다로 향해 머리를 내민 거북

 

향일암은 인근에 위치한 남해금산의 보리암, 강화도 낙산사의 홍연암과 함께 기도도량으로 유명하다. 향일암은 온통 거북이다. 향일암이 있는 산 전체가 거북이 모습이라고 하여도 무방할 정도로 거북이와 많은 설화를 가지고 있다. 섬 모양이 흡사 거북이를 닮았다. 거북이를 닮을 것이 없자 주변에 널려져 있는 바위마저 거북 등짝 문양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향일암을 품고 있는 금오산이 마치 한 마리 거북이로 바다로 향하는 것 같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거북 머리위에 동전 백원을 올려 놓았다.

 

향일암 거북이는 10원짜리를 등짝에 지고 산다. 요즘은 세월이 흘러 100원짜리를 머리 위 올려놓았다. 삼성각 앞 난간에는 온통 A4크기의 거북이가 줄줄이 늘어서 등짝에는 동전을 올려놓고 한결같이 바다를 가려고 한다. 무려 200여 마리나 동전을 업고 있으니 도대체 이유가 뭘까? 동전은 경전을 의미하고 거북은 경전을 짊어지고 용궁으로 향하려는 것은 아닐까. 토끼의 간은 간사한 토끼 뀜에 빠져 구하지 못해 경전을 통해 간을 대신하려 말이다.

 

▲ 상관음전 앞에 남해바다로 향한 넓은 바위를 원효스님 좌선대라 한다.

 

▲ 향일암 곳곳에서 확인되는 거북문양

 

▲ 용암전인 하관음전에 모셔진 불상

 

▲ 중심전각 대웅보전에 모셔진 불상

 

▲ 상관음전 왼편 암벽앞에 모셔져 있는 해수관세음보살

 

남해안 최고 일출을 자랑하는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40호 향일암을 두고 해를 품은 암자라 한다. 향일암은 해를 바라본다는 의미로 우리나라 4대 기도관음도량으로 알려져 있지만 20091220일 향일암은 화재로 건물 8동 가운데 대중전과 종무실, 종각이 전소되면서 청동불상과 탱화가 사라져 버렸으며, 문화재청과 시도 관계자를 비롯하여 많은 불자의 노력으로 화마를 딛고 다시 새로운 대웅전이 자리 잡았다.

 

 

▲ 향일암으로 들어오는 입구에서 만나는 밤섬

▲ 향일암 동백나무

 

여수 여행에서 향일암 여행은 제일 끝자락을 향하는 먼 길이다. 여수시에서 돌산도로 들어서지만 해안도로는 바다를 달리는 동해해안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동떨어진 풍경을 자아낸다. 밋밋한 해안도로가 끝나는 지점에도 만나는 향일암 덕분에 돌산도는 외지인 차량이 수시로 돌산대교를 건너 넘나든다. 특히 매년 1월이 되면 해맞이를 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하며, 3월이면 동박새처럼 동백꽃을 찾아 몰려들기도 한다.

 

 

 

즐거운 여행하시길 바랍니다.

http://blog.daum.net/okgo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