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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끝자락 남해고속도로 함안IC를 빠져 나왔다. 함안공설운동장 뒤편 어린시절 낚시를 하던 늪지에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라홍련과 법수홍련이 피는 함안연꽃테마파크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한 여름 뜨거운 열정을 피웠던 연꽃테마파크는 8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연씨는 새까맣게 익어가고 가시연꽃 보랏색 꽃은 연잎을 뚫고 꽃 피우고 있었다. ▲ 연씨앗이 익어가고 있다.
함안연꽃테마파크는 보여주기 위한, 탐방객을 유치하기 위한 연지는 아니다. 드넓은 공간 가득 메운 법수홍련의 도도한 자태와 긴 잠에서 께어난 아라홍련의 고고함을 통해 함안연꽃테마파크는 우리 조상이 화폭에 담았던 그 연꽃을 개량하지 않은 그 모습을 오늘날까지 이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함안연꽃테마파크가 들어선 곳은 옛 가야 중 아라가야(안락국) 왕궁지로 이 일대가 가야리 가야습지였던 곳에 약 105,119㎡ 규모 연꽃을 주제로 한 함안연꽃 생태공원을 2013년 조성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연꽃을 만나는데 특히 함안군이 자랑하는 법수옥수홍련을 만날 수 있다. 함안군에는 법수옥수홍련과 함께 고려시대 이후 약 700년간 잠들어 있던 연(蓮) 씨를 2009년 함안 산성 발굴 과정에서 수습하였고, 2010년 7월 700년 만에 싹을 틔운 연꽃을 아라홍련으로 명명하였다. 지금은 함안박물관 입구에서 특별 보호를 받으면서 자라고 있으며, 2015년 약 2백 촉을 연꽃테마파크로 옮겨와 아라홍련 2세대를 만날 수 있다. 예로부터 연꽃은 10가지의 의미를 부여하며 연꽃처럼 아름답게 살려고 하였다 한다. 10가지 의미는 이제염오(離諸染汚), 불여악구(不與惡俱), 계향충만(戒香充滿), 본체청정(本體淸淨), 면상희이(面相喜怡), 유연불삽(柔軟不澁), 견자개길(見者皆吉), 개부구족(開敷具足), 성숙청정(成熟淸淨), 생이유상(生已有想) 등이 있다. 이제염오(離諸染汚)는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는 의미로 부조리에 물들지 않고 고고하게 사는 사람들 말하며, 불여악구(不與惡俱)은 연잎에 물 한방울도 머물지 않는 것을 두고 악의 환경에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들, 계향충만(戒香充滿)은 연꽃이 피기 전 시궁창 냄새가 연꽃이 피면 향기도 가득하니 고결한 인품은 그윽한 향을 품어서 사회를 정화한다는 의미이다. 본체청정(本體淸淨)은 연꽃이 어떤 환경에 있어도 푸르고 맑은 줄기와 잎을 유지한다는 의미로 항상 청정한 몸과 마음을 간직한 사람들 비유하며, 면상희이(面相喜怡)는 연꽃의 모양이 둥글고 원만하여 바라만 봐도 마음이 절로 온화해 지며 즐거워진다는 뜻이다. 유연불삽(柔軟不澁)은 줄기가 부드럽고 유연하여 바람이나 충격에 부러지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견자개길(見者皆吉)은 꿈 속에서 연꽃을 보면 길(吉)하다는 의미이다. 개부구족(開敷具足)은 연꽃은 피면 필(必)히 열매를 맺는는 의미이며, 성숙청정(成熟淸淨)은 만개한 연꽃의 아름다운 색을 의미한다. 마지막 생이유상(生已有想)은 연꽃은 날 때부터 다르다는 의미이다. 함안군에서 아라홍련에 이어 또 다른 품종의 연꽃을 만나게 된다. 함안군 연꽃테마공원에 자리한 ‘법수 옥수홍련(玉水紅蓮)’으로 안내 글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법수면 옥수 늪에서 자생한 홍련으로 연분홍색이 아름다움과 연 특유의 강한 향기를 지닌 품종으로 꽃잎 맥이 선명하고 키가 작고 꽃은 7월 하순부터 9월 초순까지 피는 만생종이다. 전주대학 송미장 교수 논문에 의하면 경주 안압지 연과 유전자가 동일한 것으로 수록된 것을 보면 신라시대 연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7년도에는 경북궁 경회루에 연꽃복원 품종으로 선정되어 함안에서 서울로 시집간 연꽃이다.’ 연꽃테마파크 중심 타원형 분수 주변으로 다양한 수련을 만난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모네(Claude Monet)는 1906년 청아한 하늘이 물속에 노닐며 연분홍색과 노랑색 수련이 핀 작품을 남겼는데 그 가지가 오늘날 소더비경매에서 약 550억원에 낙찰되었다 한다. 연꽃이 피는 시기보다 약 2~3주 전에 피어나는 수련의 아름다움을 모네의 시선으로 한번 만나보면 명화 한 점 마음에 담아 가는 여행이 될 것이다. ▲ 여물어가는 연씨 연씨는 초록으로 햇살에 익어가다 까만색으로 변하면서 딱딱해지며 이를 연자육이라 부른다. 씨앗은 동의보감에서 맛이 쓰고, 차가운 성질이 있어 흥분이 과도하게 되었을 때 마음을 가라 앉게한다며 기록하고 있으며, 현대의약에서는 연씨를 차로 마시면 집중력 향상과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성자(聖者)의 꽃 연꽃은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 온 후 다시 일본으로 전파되었다. 국내에는 정확한 유입에 관한 기록은 없지만 일본의 경우는 약 5세기 경 일본 응락왕(雄略王) 당시 조선을 통해 전해졌음을 기록하고 있어 이미 그 이전에 우리나라는 연꽃이 불교와 함께 전파 되었을 것으로 추정하며, 동국여지승람편에는 조선시대 전라도 만경평야에서 연(蓮)이 많이 재배된 기록이 있으며, 경산과 황해도 연백 지방은 연실(蓮實) 토산품이었다고 한다. 연에 관한 우리나라 유입 기록 중 백련에 관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 시흥 강씨 고택 연당에 피는 옥순(玉脣)이라 명명된 연은 백련으로 꽃잎 가장자리 붉은 줄이 있다는데 아직 만난적이 없지만 옥순은 조선 세종 당시 명신 사숙재(私淑齋) 강희맹(姜希孟)가 진헌부사(進獻副使)로 명나라에 갔다 오면서 연을 가져다 심었다 하며, 현재 간송미술관, 독립기념관, 아산 인취사에 분양되었다 전하며, 경남 함안군 아라홍련은 700년이란 오랜 세월 잠에서 깨어나 꽃을 피우는데 성공하였으며, 법수옥련홍련도 빼 놓을 수 없다.
흔히 더러운 연못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하여 선비로부터 사랑받던 연꽃은 훗날 경북 청도군 유등지를 비롯 경북 영양 서석지, 경북 경주 서출지, 경북 영천 귀애정 외에도 많은 곳에 집 앞 마당 한켠에 연못을 조성하고 연꽃을 가까이 두었을 만큼 연꽃은 청렴의 상징이기도 하였으며, 단단한 종자를 많이 생산하여 민간에서는 부인의 옷에 연꽃문양을 새겨 자손이 번창하기를 기원하기도 하였다 한다. 우리나라 구전 심청전에서는 심청이가 인당수에 뛰어들자 연꽃속에서 환생한 이야기와 수막새에도 연꽃문양이 많이 사용되었다. 가시연꽃 피다 가시연꽃(가시연, 개연, 철남성)은 수련과에 해당되는 한해살이 수초이며, 대부분 지름 20-120CM의 큰 잎이 수면을 뒤덮어 버릴 만큼 성장성이 좋다. 특히 연잎에는 독특한 가시가 돋아나 있으며, 꽃은 한낮 10시부터 14시 사이 피었다 닫는다. ▲ 가시가 돋혀있는 가시연잎을 뚫고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가시연꽃 가시연꽃이란 이름이 말하듯 가시연꽃은 연잎부터 온통 가시로 무장되어 있다. 또한 잎이 넓게 자라면서 수면을 온통 초록공간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가시연꽃은 자신의 잎을 뚫고 세상 밖으로 나와 꽃을 피우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연꽃의 꽃말은 우리나라에서 순결, 청순한 마음, 청결, 신성한 아름다움 등으로 불리고 있으며, 불교에서는 부처가 연꽃대좌에 앉은 모습을 통해 연꽃을 연화좌라 부르는데 이는 싯다르타 태자가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 동서남북으로 일곱 발자국씩 걸을 때마다 땅에서 연꽃이 솟아 태자를 떠 받들었다는데서 시작되었다. 연꽃의 꽃말은 일본의 경우 나를 구해주셔요, 중국은 당신에 대한 사랑으로 알려져 있다. 가시연꽃의 꽃말은 '그대에게 감사를','그대에게 행운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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