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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봄을 기다릴 수 없지 않은가. 겨울 산사를 방문하면 예불소리를 듣고 피는 꽃이 있다. 한번 핀 꽃은 찬바람이 불어도 고개 떨구지 않는다. 단아하면서도 정제된 그리고 그 속에서 느끼는 장엄함이 바로 절집 문짝에 피어있는 꽃창살이며, 오늘의 여행지가 바로 꽃창살로 유명한 논산 쌍계사이다. ▲ 쌍계사 대웅전 전경
작봉산 기슭 절골소류지 위에 위치한 사찰 쌍계사는 관촉사에서 약 15.5km 거리, 개태사와는 20.5km에 위치하고 있다. 쌍계사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걸어서 절골소류지를 따라 약 500m 이동하면 쌍계사 봉황루에 도착한다. 봉화루 입구에 부도밭이 조성되어 있어 이곳에 많은 승려가 거쳐 갔던 곳임을 짐작케 하고 있다. ▲ 절골소류지 앞에 위치한 부도탑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80호 쌍계사 부도는 고려시대 조성된 승탑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조성 연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취봉당혜찬대사지도(翠峰堂慧燦大師之屠) 부도를 비롯하여 총 9기의 소박한 석종형 부도가 일렬로 자리 잡고 있다.
부도에 관한 안내글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 부도는 승려들의 사리나 유골을 안치하기 위한 묘탑인데, 이곳에는 쌍계사에서 입적한 고승들의 사리를 안치한 9기의 부도가 현존하고 있다. 그 중 6기의 석종형 부도들은 사각형, 육각형의 지대석에 연꽃잎 문양을 조각하여 장식하였고 중간에 종 모양의 탑신을 놓았으며, 꼭대기에는 구슬모양으로 만들었다. 3기의 네모난 지붕돌을 갖춘 방형의 부도들은 석종형 부도보다 작고, 원형의 몸돌 표면에 장식이 없으며 지붕 돌 꼭대기에는 구슬 모양을 조각하였다. 기단부는 하대, 중대, 상대석으로 구성되었으며 연꽃문 등으로 장식하였다. 일부 부도에는 판독이 어렵지만 명문이 남아 잇으며, 그중 해명대사의 부도가 있다. 이 두보들은 제작 양식으로 보아 조선시대의 것으로 부도양식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라 하겠다. ” ▲ 쌍계사 봉황루 대웅전 앞에 있던 누각을 앞으로 옮겨 조성한 봉황루에는 법고 하나가 화려한 치장을 하고 꿈틀 꺼릴 것 같은 용이 그려져 있다. 법고 직경은 182cm로 큰 법고에 속한다. 봉황루에서 대웅전으로 시선을 향한다. 주차장과 절집 마당이 높이가 달라 봉황루에서 바라보면 시선이 편안하며, 누각에서는 찾아보기 드문 도깨비 형상으로 알려진 귀면이 걸려 있다. ▲ 쌍계사 대웅전 쌍계사에는 많은 전설이 전해지는데 한번쯤 들어봤을 전설이 이곳에서도 들려온다. 안내글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 쌍계사는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과 함께 절 입구의 부도가 말해주듯, 그 예술성이 매우 뛰어난 고찰이자 명찰이다. 그러나 오랜 역사와 예술성을 간직한 사찰임에 비하여 확실하게 전해지는 사적이 별로 없어 많은 아쉬움을 남겨주고 있다. 다만 절과 관련된 전설이 지금까지 인근에 널리 전승되고 있어 쌍계사의 역사성과 중요성을 더듬어 보는 데에 도움을 준다. 이 절에 대하여 전승되는 전설을 보면, 절의 쌀뜨물이 큰길까지 흘러내려갔다는 내용, 어느 땐가 이곳에 피신해 있던 고관을 관군이 잡으러 왔지만 스님이 독경을 하자 침입하지 못했다는 내용, 대웅전의 기둥 하나가 칡덩굴로 되었으며 윤달에 이 기둥을 안고 돌면 병을 오래 앓지 않고 저승에 간다는 내용, 북소리가 너무 웅장하여 한쪽 가죽을 찢어 냈다는 내용, 이 절의 신령이 공주갑부 김갑순의 자제를 위기에서 구해줬다는 내용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전설유형이 전승되고 있다. 이들 외에도 이절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전설이 더 있어 쌍계사는 마치 사찰전설의 백화점과도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들 전설은 이지역의 상민들을 중심으로 위 절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왔으며, 절의 규모, 역사성, 예술성, 신앙성 등을 두루 보여주고 잇다는 점에서 잃어버린 절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 많은 시사점을 제시해 주고 있다. 한편 절의 동쪽 고개 밑에는 이름난 물탕이 있다. 이 샘은 예전부터 약효가 좋기로 이름이 높아 추석 무렵 한가할 때에는 땀띠나 피부병을 치료하고 또 약수를 마시기 위하여 양촌면 일대 주민들은 물런 산너머 전북쪽의 주민들까지 널리 모여들어 줄을 이룰 정도였다고 한다. ” 대둔산 북쪽 불명산 동쪽기슭 조용한 사찰이 숨은 듯 감추어져 있다. 옥황상제는 절을 하나 만들기로 하고 아들을 내려 보냈는데 계곡을 끼고 흐르는 언덕자락을 찾아내고 사람들에게 진귀한 나무를 모아 오도록 하여 그 나무를 이용하여 절을 지었다 한다. 그래서 그런지 대웅전 기둥을 가만 보면 상상하기도 힘든 기둥이 가공되지 않은 상태로 절집을 지탱하고 있다. 법당에는 다양한 조각장식과 벽화들이 자리 잡고 있지만 어둡다. 사진촬영을 할 수 없는 법당 안에는 봉황이 구름 사이를 날 듯 매우 낮은 위치에 있다. 법당 내 모셔진 불상은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이 안치되어 있다. 소조석가여래삼존불좌상은 1605년 조성된 불상으로 조선 후기 조각승 원오에 의하여 만든 현존하는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 절골 소류지에서 바라 본 쌍계사 쌍계사의 연혁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백암(白庵)이란 암자였던 곳을 고려 말 중창 또는 고려 초 인근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을 건조한 혜명(慧明)이 창건하였다 설이 있다. 그 후 영조 14년(1738) 대웅전을 조성하였다. 대웅전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우람한 기둥 중에서 동쪽 측면 세 번째 기둥이 칡덩굴이라 하는데 다른 기둥과 크기가 똑 같다. 그리고 윤달에 이 기둥을 안고 돌면 병을 오래 앓지 않고 저승 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대웅전(보물 제 408호) 치고는 큰 규모이다. 자연에서 태어나 인간의 손을 거쳐 가공된 목재를 사용하여 덤벙주초 위 다듬지 않은 듯 한 느티나무 대들보 기둥을 민흘림으로 세우고 절집을 올렸다. 그리고 창문에는 사치스러울 만큼 꽃으로 치장하였다. 정면 5칸, 측면 3칸 단층팔작지붕을 올린 법당을 만나기 위해 몇 번 짐을 꾸렸다가 찾은 절집 쌍계사는 사시사철 시들지 않는 꽃이 유혹하고 있다. 쌍계사 오른쪽 옆문 상단에는 사시사철 모란꽃이 피어 있다. 채 꽃을 펼치지 못한 봉오리부터 활짝 핀 모란무늬 꽃판이 있다. 쌍계사 대웅전 안내글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 창건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지금의 대웅전은 영조 14년(1738년)에 다시 건립하였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다포양식이며, 지붕은 겹처마에 팔작지붕이다. 돌을 쌓은 기단 위에 덤벙초석을 놓고, 큰 원 기둥을 세웠다. 공포는 외4출목에 내5출목으로 구성하여 우리나라 불전으로는 출목 수가 가장 많은 공포의 하나이다. 내부에는 석가여래를 주불로 좌우에 아미타여래와 약사여래를 모셨으며, 불상 위에는 화려하게 꾸며진 운궁 형식의 닫집(천개)라고도 한다. 대웅전의 문살에는 국화, 작약, 목단, 무궁화 등 6가지의 무늬를 새겨 색을 칠하였는데 섬세하고 정교한 꽃살문으로서 예술적 가치가 높다. 현재 공주 ‘갑사’에 보관 중인 월인석보판각은 원래 이곳에서 보관하던 것을 옮겨갔다 한다. 이 건물은 장대함과 더불어 공포의 장식적인 세부 구성 그리고 문살 조각에서 조선 후기 건축의 특색을 보여주는 훌륭한 건물이다. ”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햇살에 색채의 향연은 방문객의 모든 감각을 흔들어 놓는다. 조각 하나 하나마다 조각가의 불심을 엿볼 수 있을 만큼 독특한 매력을 가졌다. 소담한 절집 풍경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꽃살문양은 가히 최고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흠잡을 수 없는 꽃문살을 가만 바라보면 너른 자연의 품에 안겨 있듯 고요하여 마음 수행의 길로 들어서는 기분이다. 쌍계사의 꽃은 국화, 작약, 목단, 무궁화, 연꽃 등 입체감 있도록 정교하게 조각하고 그 위에 채색을 곱게 하여 화려함을 더했다. 문살에서 피어나는 꽃새김을 한 꽃살문이 아름다운 것은 2짝씩 제각기 다른 색상의 꽃창살이 세월에 퇴색되면서 고풍스런 분위기까지 더해주면서 특별한 여행을 꿈꾸는 일부 여행객이 찾아가는 곳이다. 대웅전 처마에 매달린 풍경이 들려주는 차분함과 누군가 햇살에 잘 피어난 꽃을 그늘에 말려 절집 문살에 차곡차곡 배열을 해 놓은 듯 바라만 봐도 자연을 온전히 느끼는데 충분한 어느 장인의 솜씨에 문살로 스며든 염료가 더욱 고상한 꽃을 피워내고 있다. 묵직한 세월 햇살이 고스란히 머물며 꽃 사이로 길을 내고 꽃향기가 진동하는 듯 점점 빨려드는, 감탄을 자아내기 부족함이 없다. ▲ 연리목 쌍계사에는 그 수령을 알 수 없는 사랑의 연리목이 긴긴 겨울을 나고 있었다. 어쩌면 북적북적했던 옛 기억을 하나 하나 떠올리며 장엄한 시간을 인내하고 있을 것 같다. 사랑의 증표를 남기려는 연인을 위한 작은 의자와 자연을 수려하게 담아낸 계절이 산자락을 따라 그려지고 지나간 계절은 고스란히 대웅전 꽃문살에 퇴색되어 여행객을 반겨준다. 쌍계사에는 대웅전을 비롯하여 나한전, 명부전, 칠성각, 봉황루, 영명각, 요사채 등이 있으며, 조선후기 건축물 대웅전은 1972년 보수를 거쳐 1973년 단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세기 불교건축의 미의식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이곳 쌍계사는 영주 성혈사 나한전 꽃살문양과 양산 통도사, 부안 내소사, 범어사 독성전 천불전 외에도 여러 곳에서 다양한 꽃문양이거나 동물모양 등 확인되고 있지만 채색 및 보존상태가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쌍계사 여행은 호젓함에서 만나는 절집여행이다. 사진을 찍지마시라는 대웅전 안의 모습은 직접 찾아가 눈으로 담아와야 할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다. 무량수전 배흘림이 있다면 이곳 쌍계사의 민흘림기둥도 묵직한 세월을 담담하게 말해준다. 가지만 대충 쳐 내고 다듬지도 않은 채 기둥으로 사용하였다. 게으른 목수를 탓이 아니다. 비록 비를 피해 절집 기와를 올렸지만 대웅전 그 자체가 자연의 일부분이다. 꽃살문은 눈으로만 봐 달라 당부를 잊지 않고 있었다. 조각 작품이라기보다 생화처럼 싱싱함이 세월을 무색하게 한다. 절간이라하여 변변한 탑이나 석등이 없지만 이곳 쌍계사에는 알려지지 않은 고승이 머물던 곳임을 부도탑이 말해주고 있다. 절을 내려서면서 햇살이 따사롭고 문득 퇴색된 꽃을 보고픈 날 다시 찾아들 것을 약속하고 불전을 떠나 스며든 길을 내려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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