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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시즌이 시작되었다. 무주 덕유산(德裕山. 1,614m) 향적봉 |
전북 무주군 설천면 심곡리 1287-4 (네비 무주덕유산곤도라 주차장) |
올 겨울은 눈 내리는 풍경이 그리울 만큼 눈이 내리지 않았다. 겨울이 되면 순백의 세상 그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찾는 무주 덕유산 곤도라 여행을 올 해는 무척 망설이다 간밤 눈 내렸다는 소식에 길을 열었다.
▲ 하루종일 잔뜩 찌푸렸던 날씨가 오후 하산길에 잠깐 푸른 하늘을 열어 보였다.
곤도라 하차 지점이 설천봉(1,520m)이며, ‘설천봉에서 작은 히말라야로 불리는 향적봉(1,614m)’을 잇는 0.6km 구간은 상상을 초월하는, 경이롭고 고요한 아름다움 순백의 계절, 겨울왕국이 그려져 있다.
작은 히말라야로 불리는 향적봉
은빛설원 허공에 매달린 곤돌라에 몸을 싣고 국내 최장 길이와 최고 경사를 자랑하는 슬로프 따라 덕유산(1,614m) 설천봉(1,520m)에 오른다. 선로길이 2,659m로 운전속도 5m/sec로 1칸에 8명이 탑승하지만 가능한 일행 인원수에 맞추어 연인끼리는 2명이 탑승가능하다. 곤돌라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또한 빼 놓을 수 없다. 스키장 슬로프를 내려다보며 주변 나무에 걸린 겨울 모습은 아찔하리만큼 눈이 시리다.
▲ 설원 위로 오르는 곤도라 전경
곤도라 탑승할 때 연인끼리 왔다면 낯선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20여분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반드시 곤도라에 좌석을 채워야 하는 것이 아닌 만큼 단둘이 탑승 후 다음 탑승하는 분께 양해를 구하면 20여분 단둘이 오붓하게 설경을 구경하며 오를 수 있다.(비싼 탑승료 지불하고 불편하게 이동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옥황상제를 만난다는 설천봉(1522m) 상제루
▲ 상제루 전경 . 화장실, 편의점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 최정상 편의점이 위치한 설천봉에 도착한다. 옥황상제에게 제를 올리는 의미를 가진 상제루 담장에는 아우성치는 바람이 숨어들 공간을 찾아 배회한다. 덕유산 무주리조트 공사를 할 당시 잦은 사고가 나자 상재루를 세워 제를 지낸 후 무탈하게 공사가 마무리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상제루 옆으로 국내 최정상에 위치한 편의점과 정상 향적봉으로 향하는 600m 오름 계단길이 열려 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 감탄사를 연발하는 사람들, 갑작스러운 추위에 옷을 여미게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로 잠시 소란스럽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본격적인 눈꽃을 만나기 위해 길을 재촉한다. 향적봉으로 오르기 위해 간단한 준비가 필요하다. 여벌옷을 꺼내 입고 미끄럼 방지를 위해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 한 후 본격적으로 오름 계단에 발을 딛는다.
설천봉에서 향적을 향한 600m 구간
설경에 빠져들다.
뽀득뽀득 밟는 느낌이 좋은 눈길에서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고사목이 그려내는 상고대에 푹 빠져든다. 중간에서 만나는 단골 사진촬영지 구상나무는 얼마나 차갑고 매서운 칼바람이 스쳐갔는지 알 수 있을 만큼 눈꽃을 그려 낸다. 설천봉에서 연발했던 감탄사가 여행의 시작에 불과한 예고편에 지나지 않았음을 눈길을 통해 느끼게 된다.
겨울은 오르는 사람들의 사연들을 모아 동해 덕장에 널려있는 명태처럼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 등산로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발목까지 푹푹 빠져버리는 눈길을 조심스레 한걸음씩 옮겨가며 순백의 세상으로 빨려든다. 죽어 천년을 산다는 주목은 인간과의 만남을 꺼려 해발 1300m 이상 되는 고지대에 뿌리 내린다. 비록 삭아 부스러져 자연으로 돌아갈망정 부러져 쓰러지는 초라함을 보이지 않는 선비를 닮은 주목에 하얀 겨울옷을 입혀 놓았다.
덕이 넉넉하다하여 불러진 덕유산 향적봉
정상이자 주봉인 향적봉에 도착한다. 정상에서 만나는 눈꽃 여행은 누구나 한번은 꼭 카메라에 담고픈 곳이다. 봉우리들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온통 하얗고 파랗고 가지마다 켜켜이 달라붙은 눈꽃은 바람의 방향을 가리키며 순백의 세계인 설릉으로 안내한다.
백두대간의 꼬리부분이자 소백산맥 중앙 덕유산(1,614m)은 주봉인 향적봉을 중심으로 봄이면 철쭉 평원이 펼쳐지고, 여름이면 원추리 꽃길이 펼쳐진다. 가을에 만나는 덕유산의 단풍과 겨울 주목나무, 구상나무 가지에 걸린 설경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향적봉으로 가는 길에서 만나는 주목을 향목(香木) 또는 적목(積木)이라 하는데 향목이 숲을 이루고 있어 산 정상을 향적봉이라고 하였다는 설이 있다.
다시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서다.
가슴을 후비는 찬바람에 몸을 맡겨본다. 차가운 대지 아래는 따스한 봄날 연분홍 꽃 피워 유혹할 철쭉과 원추리꽃 새싹이 숨죽이며 추위를 이겨내고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네 번째 높은 산 최고봉인 향적봉까지 어렵지 않게 곤도라를 이용하여 오른다는 사실만으로 겨울철 이색여행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겨울 여행이다.
덕유산 눈꽃을 찾아 먹먹했던 지난날의 먹먹했던 기억을 풀어 허공에 날려 보며 아우성치는 바람에 묻혀 버리길 바랐던 절박했던 사연들은 동해 덕장에 널려지는 명태처럼 널어놓고 아무도 걷지 않은 새하얀 순백의 세상에서 행복하길 소망하며 타박타박 올랐던 길을 내려선다.
눈(雪) 구경에 눈(目)이 호사를 누리는 여행길을 두고 눈꽃 트레킹이라 부를 만큼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여 이미 동네 뒷산 정도로 여기는 여행객이 많지만 추위만큼은 예사롭지 않은 곳이다. 특히 눈이라도 내리면 등산로를 제외하고는 사방을 가려 놓는다. 덕유산 향적봉 여행의 최고는 눈이 쌓여 만든 상고대 위로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지만 쉽게 만날 수 있는 흔한 풍경은 결코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날씨를 파악하여 등반일정을 짜는 지혜가 필요한 곳이다.
여행자 청개구리의 우물밖 세상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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