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타돌 사로 지게지고 남따라 가던,
검정고무신 한컬레에 등잔불 왜기름 한대병사서 기름종이로 입구를 둘둘말아 꼭 채우고
장터니까 국밥에 막걸리 한잔 빼 놓을 수 없던 그 시절 시골장터
100년 전통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장터"
울산광역시 울주군 태화강으로 흘러드는 물줄기 옆 공터에 오일장을 열었다. 울산울주향토사(1976)를 보면 1919년 3월 29일 이무종 집에 6명이 모여 만세운동을 결의하고 4월 2일 언양시장에서 거사하기로 밀약을 하였고 언양장터에는 2,000여명의 장꾼들이 태극기를 손에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는 기록을 통해 언양장터의 역사는 이보다 앞선 1910년으로 추정된다. 지금이야 운송수단이 편리하고 울산시내만 하여도 동네마다 크고 작은 시장이 있지만 울산 울주군 언양읍 시장은 아직도 처음 시장을 열던 오일장을 고수하는 시골장터로 장날은 2, 7일이다.
2, 7일이라 하여 한 달에 2, 7일만 장터가 열리는 게 아니라 오일마다 열리는 장터로 2, 7, 12, 17, 22, 27일 이다.
1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전통 장터에는 56년간 장터를 지켜온 대장장 박병오씨가 운영하는 대장간을 비롯하여,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원조한우곰탕집이 시장을 지키고 있다. 현대화로 인하여 시장의 일부구간은 평일에도 영업하며,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국비 116억원을 투입하여 설 곳을 점점 잃어가며 침체된 언양시장 상권 활성화를 위해 울주군이 나섰다.
깨끗한 마트보다 시골장터는 일일이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겨울이면 찬바람에 노출되어 손발을 녹여가며 냉동된 명태를 손질하는 상인이나 구입한 손님이나 추위에 고생을 하는 곳이 시골장터로 한 겨울에도 장터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꺼리는 곳이다.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에서 내려선 후 반구대로를 따라 태화강 남천2교에서 오른쪽 신호를 따라 들어서면 시장이다. 언양장터 주변 경주방향으로 천전리각석과 반구대암각화가 있다. 작천정과 등억온천, 신불산을 등반하고 내려오는 산악인도 언양시장에서 밥을 먹고 장을 본 후 돌아가는 곳으로 태화강 줄기 하천변에 무료주차장을 제공하고 있어 주차의 어려움도 없는 곳이다.
시골장터답게 봄이면 시골에서 필요한 다양한 모종과 묘목이 언양파출소 앞에서 판매된다. 난장으로 들어가면 점포를 갖춘 가계와 시골서 올라온 노인분이 파는 채소로 시장은 흥정이 통하는 인심이 넘쳐나는 장터로 사람 사는 이야기로 넘쳐 난다. 납작 만두를 파는 어르신의 모습과 바싹 말려 내 놓은 지네를 파는 분 그리고 떡집에서는 허기를 느끼게 한다. 전통시장이라하여 전부 야외장터는 아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옷집을 비롯하여 횟집과 음식집이 서로 벽을 기대고 있다.
장터하면 먹꺼리를 빼 놓을 수 없다. 언양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으로 원조한우곰탕이다. 한우 소머리를 푹 삶아 맑은 육수에 머릿고기 큼직하게 썰어 넣고 파송송 뿌려 양념과 함께 나온다. 맛은 진국으로 가격도 적당하다.
원조가계로 들어서면 테이블이 고작 몇 개뿐이라 혹시 잘못 찾아왔나 싶지만 결코 아니다. 장날이면 원조가계를 찾기가 어렵다. 가계앞 공터에 고등어와 해산물을 파는 상점이 서 버려 처음 찾는 사람은 스쳐가기 마련인데 시장에는 이곳 외에도 곰탕집이 서너곳 더 있다. 가계마다 다 시식해 본 결과는 맛이 거의 비슷하므로 각자 문을 열고 들어간 집에서 맛있게 먹고 오면 된다.
곰탕이 싫다면 칼국수집도 빼 놓을 수 없다. 언양시장 장터1길로 들어서면 백마숯불갈비 앞쪽에 있는데 이곳 팥칼국수도 나쁘지 않다. 팥칼국수는 기호에 따라 설탕을 넣거나 소금을 넣어 먹어면 된다. 달달하게 먹거나 약간 짜게 먹거나 그건 자유이다.
56년간 장터를 지켜온 대장장 박병오씨는 좁은 공간에서 농사짓는 간단한 농사용 도구를 쇠를 달구고 두들겨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노인 분에게 옛날 향수를 자극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 머물도록 하였더니 신경통부터 많은 아픔을 잊고 기분이 좋아졌다는 조사가 있었다. 시골장터도 그러하다. 나이든 분들은 시골장터에서 꼭 뭘 사야 한다는 것은 없다. 장날이니까 장터에 가는 것이고, 이왕 장터에 왔으니 필요한 것 있으면 사가지고 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장터에서 난전을 펼쳐놓은 사람들과 흥정을 하다 정이 들고 세월은 서로 안부를 묻는 단골이란 이름으로 부른다.
시골장터는 대형마트에 비해 지저분하다. 비위생적이다. 하지만 어릴 적 할머니가 씻지 않고 김치를 쭉 찢어 밥숟가락 위 올려줄 때 그 김치를 두고 단 한 번도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장터가 그러하다. 친숙하게 다가서면 저렴하고 좋은 물건을 싸게 흥정하여 덤으로 몇 개 더 올려올 수 있는 곳이다. 선입감을 버리고 스쳐가는 길목이라면 시장에 들러 저녁 찬 꺼리도 준비하고 가격표 붙어있는 물건을 카트에 담는 게 아니라 사람과의 소통도 하는 오일장을 한번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즐거운 여행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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