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지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바로 그 겨울
주왕산 자락 왕버들이 산다는 전설의 저수지는 보미면 연초록 풀어헤쳐 놀다가는 풋풋한 풍경이, 여름이면 별빛 숨어들어 초롱초롱한 이야기가, 가을이면 불타는 가을 산하를 그려내는 반영이 아름다운 그곳 주산지에 겨울 풍경을 아직 만나지 못하였다. 눈이 내리면 청송군은 길이 막혀버릴 만큼 큰 눈이 내려 웬만한 여행자가 아니면 주산지의 사계 중 겨울 풍경을 찾아보기위해 길을 떠났는데 올해는 동해안을 비롯하여 많은 눈이 국도여행을 발목 잡았다.
대한민국 명승 제105호인 주산지는 조선 경종 원년(1720) 인근 농업용 저수지를 위해 착공하여 만든 길이 100m, 너비 50m, 평균 수심 7.8m의 시골 저수지가 뭐 대단할까 싶지만 그곳에는 저수지를 만들면서 조성했던 왕버들 숲과 제41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 대상인 최우수 작품상, 2003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 새벽 물안개로 알려져 있는 숨은 여행지였다.
주산지는 그동안 물이 단 한 번도 마르지 않았다 한다. 그 덕분에 주산지에서 자라는 숲은 우거져 있고 저수지에서 자라고 있는 능수버들은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겨울에 찾은 주산지는 너무 고요하다. 인기척이 끊어진지 오래된 눈길에 몇몇 사람의 흔적이 고대화석처럼 굳어져 있을 뿐이다. 그리고 펼쳐지는 설경은 왜 주산지의 겨울을 칭송하는지 조금씩 느끼면서 주산지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작은 산중 호수로 불리는 주산지는 가뭄에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다지만 2014년 11월 사통 부분 보수작업을 하면서 겨울에 바닥을 드러냈다. 그리고 긴 가뭄에 속 타는 가슴을 보여주던 그 곳에 함박눈이 내려 상처를 보듬었다.
소복 담아놓은 듯 그 위로 150년을 묵은 능수버들과 30여 그루의 왕버들이 긴긴 겨울을 나고 있다. 저수지 축조 당시 세운 비석은 조선 숙종 당시인 1720년 착공하여 경종 때인 1721년 완성한 저수지로 축조 당시 참여한 명단과 공사에 관한 기록 및 눈여겨 볼 것은 명문이 있다. 일장저수(一障貯水), 류혜만인(流惠萬人), 불망천추(不忘千秋), 유일편갈(惟 一片碣) 즉, 정성으로 둑을 막아 물을 가두어 만인에게 혜택을 베푸니 그 뜻이 오래 전하도록 비석을 세운 것이라는 내용으로 일반 저수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비석이다.
노승과 동자승이 주산지 늪 위에 떠있는 허공사찰을 만들고 기거한다. 아직은 철모르는 동자승은 개울에서 뱀과 물고기에 돌을 매달아 놓고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던 어느 날 노승은 동자승의 허리춤에 돌을 매달아 깨우침을 주고.. 계절이 바뀌어 치료를 위해 여자아이가 들어오게 된다. 이미 성년이 된 동자승은 첫눈에 반하게 되고 결국 넘지 못할 선을 넘어서고 노승은 눈치를 채고 여자를 치료가 끝났다며 돌려보내지만 청년이 된 노승은 여자아이를 잊지 못하고 결국 사찰을 떠나게 된다. 노승이 탁발을 다녀오던 중 우연찮게 신문에 올라있는 살인사건을 보게 되고. 사찰에 남루한 차림으로 한때 동자승들 청년이 살인자로 돌아오자 스님은 불심을 통해 마음을 치료하려 하지만 경찰이 찾아들고 뗏목위에 반야심경을 써내려가면서 그것을 파내도록 한다. 출감하고 돌아온 동자승은 스님의 시신을 수습하고 사찰을 되살리려는 노력을 하던 어느 날 얼굴을 가린 여인이 찾아와 아이 하나를 데려왔고 야밤에 빙판 위를 도망하던 중 물속에 빠져 죽자 아이를 키우게 된다. 아이는 자라면서 어릴 적 동자승 시절 자신과 같은 놀이를 하면서 자란다. 돌고 도는 윤회 이 영화는 짧은 것 같지만 길고도 긴 업보를 말해주고 있다.
영화속 장면들이 스쳐가면서 주산지의 왕버들과 마주한다. 오랜 세월 버틴 고목도 세월 앞에 조금씩 무너져 가는 모습이 안쓰럽다. 폭설로 인하여 많은 가지가 꺾여 여기저기 상처가 생겨나고 있었다. 누군가 최근 가뭄으로 메말라 버린 호수를 가로질러 건너편으로 이동한 흔적이 보인다. 누가 왜 저 길을 걸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졌지만 토끼몰이 하듯 따라 나설 수 없는 일이기에 이내 포기하고 한동안 주산지를 바라보다 되돌아서서 길을 내려온다.
즐거운 여행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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