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가의 작품 사진이 여행지를 만들어 내는 세상을 살고 있다. 낙동강 상류 전형적인 감입곡류 지형을 자랑하는 예천군 회룡대가 오늘의 여행지이다. 국내 유일의 낙동강변에 위치한 삼강주막과 비룡산 전망대에서 우수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회룡포'를 만난 후 다시 뿅뿅다리를 건너 회룡포로 진입하는 예천군 관광 8경 중 1경과 2경을 여행하게 된다.
예천군은 최근 지역 대표 관광8경으로 1경 회룡포, 2경 삼강주막, 3경 금당실전통마을과 송림, 4경 초간정 및 원림, 5경 용문사, 6경 예천곤충생태원, 7경 석송령, 8경 선몽대를 선정하였다.
삼강주막에 들러다
예천군에 들어선다. 한가로운 들판과 달리 하늘은 비행기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59번국도 삼강로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삼강주막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낙동강 제11경 삼강절경이다.
▲ 삼강주막 전경
한 배를 타고 세 물을 건넌다는 삼강은 선달산에서 발원하여 회룡포를 끼고 흐르는 내성천 물줄기와 죽월산에서 발원한 금천이 먼저 합류하고 곧이어 태백 황지연못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낙동강 본류와 다시 합류하니 그곳에 삼강나루가 생겼고 배로 이동하는 보부상과 강을 건너려는 나그네가 모여드니 묵어갈 주막이 생겨났고 오늘날 낙동강 700리 구간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주막이다.
▲ 옛 삼강주막 옆 주막집
▲ 옛 삼강나룻터 주막
세월이 흘러 주막 영업에 지장을 받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다리(오늘날 59번 국도로 다리는 삼강교이다)가 생겨나면서 뱃길이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안동댐에 물을 저장하기 시작하면서 흐르는 물이 줄어들자 백포나루와 삼강나루를 잇는 강폭이 점점 줄면서 피해는 주막집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였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주막문은 닫지 못했다.
▲ 많은 음식을 빨리 조리하기 위해 아궁이 두개가 한 사람이 불을 관리하도록 편리하게 이어져 있다.
2006년 90세로 주모가 세상을 떠나자 1900년경 지어졌던 주막의 운명이 다하는가 싶었다. 초가집이 슬레이트지붕으로 개량되면서까지 지켜왔던 그 자리가 사라지는 운명의 갈림길에 손을 내민 곳이 바로 예천군이다.
▲ 주막집 뒷편으로 오랜 세월 그늘을 만들어 준 고목나무가 서 있다.
▲ 한상 차려 놓고. 도토리와 배추전 그리고 막걸리 한주전자
주막에 들어서니 셀프영업을 하고 있었다. 막걸리 한주전자 그리고 도토리무과 배추전 하나를 시켜도 1만2천원 이였다. 이 얼마나 저렴한 가격인가. 지나가는 길손 주머니 사정 봐가면서 어쩌다 돈이 없는 길손에게는 외상을 주고 부엌 한켠 벽에서 작대기 하나 그어놓고 받으면 좋고 못 받으면 그만이라는 넉넉함이 묻어 있지 않은가.
▲ 주막집 메뉴로 비고적 가격이 저렴하다.
▲ 수많은 길손들이 잠시 나무 그늘에서 쉬었던 고목나무
▲ 삼강주막 상징적 조형물
▲ 뱃길로 건너 다니던 강을 이제는 도로를 이용하여 쉽게 건너 간다.
▲ 삼강주막 주차장
▲ 낙동강 본류와 뒷편으로 회룡포에서 흘러오는 물길이 만나는 지점
▲ 합류된 삼강물이 하나되어 낙동강 하류로 흘러가는 물길
▲ 삼강에 재현해 놓은 나룻배. 허나 모터가 달려 있다는...,
삼강막걸리 무인판매대에서 막걸리 세트를 하나 구입하려니 웬 사람이 와서는 빨리 사라고 재촉을 한다. 마침 호주머니에 잔돈이 없어 거스름돈이 있냐는 질문에 말이 없다. 주막집에서 잔돈을 바꾸고 다시 무인대 에서 막걸리를 사려하니 자신에게 돈을 달라고 한다. 돈을 바꾸면서 알아보니 그 사람은 주인이 아니라 동네사람으로 멋모르는 여행객이 무인대 에서 돈을 넣을 때 옆에서 자기가 주인인척 하면서 가로챈다는.. 돈은 무인대로 들어갔고 그 사람은 내가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뒤통수에 욕설이 들려왔다.
▲ 낙동강 물줄기를 탁 틔인 전망대에서 바라볼 수 있게 만든 비룡교에는 제1전망대와 제2전망대가 있다.
삼강주막에서 오른쪽 제방을 따라 이동하면 비룡교가 나온다. 낙동강 주변길을 걷도록 건너가는 다리 역활과 함께 전망대로서 그 역활을 다하고 있다.
▲ 비룡교에 있는 전망대
전망대에 올라서니 강바람이 드세다. 완연한 봄날이 바로 코 앞까지 찾아왔지만 다리 난간에 기대선 채 바라보는 강물은 아직 겨울을 끝낼 채비를 다 하지 못한 듯 하다. 속이 보일만큼 투명한 물줄기와 고운 모래를 다슬기잡는 유리창을 깔아 놓고 속을 들여다 보는 느낌이다.
▲ 태백방향으로 본 낙동강
주막을 떠나면서 옛 모습을 그려본다. 강 나룻가 보부상들은 알록달록 신기한 물건을 짊어지고 배를 타거나 내렸을 것이다. 산골 마을에 내다 팔 소금장수의 바쁜 발걸음과는 달리 주막 평상에서 막걸리에 부침개 하나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 삼매경에 빠진 단골꾼들이 생겨났을 것이고 주모는 오늘도 자리를 떠나는 단골을 바라보며 부엌 검게 그을린 토담 한켠 무딘 칼끝으로 금을 긋고는 흐뭇한 미소를 띠며 손 흔들어 주었을 것이다. “야 이놈아 장사 잘해서 돌아와 외상 얼런 갚아”
회룡포 장안사에서
장안사 하부에 주차장이 있었지만 평일이라 곧장 장안사까지 오른다.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상부 주차장에 때마침 차 한 대가 빠져 겨우 주차하고 장안사로 향한다. 신라시대 천년고찰 장안사는 의상대사의 제자로 알려진 운명선사가 창건하였다 한다.
▲ 장안사 주차장 쉼터
뿅뿅다리에서 장안사 주차장 까지 약 1.1km 이며, 삼강주막까지는 13km 거리에 위치해 있다. 회룡포 전망대로 향하기 위해서는 장안사를 지나 산길을 따라 이동하여 한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8교구 본사인 직지사의 말사인 장안사는 천년고찰 터 위에 자리 잡고 있지만 현존하는 불교문화재는 없다. 단지 예천군지에 기록된 사실을 통해 고려 당시 창건된 사찰로 추정할 뿐이다. 사찰은 고려 이후 여러 기록을 통해 장안사가 중창과 중수를 이어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 장안사 범종각
▲ 장안사 대웅전
절집으로 들어서면 응향전과 건너편 승방 그리고 중심에 대웅전이다. 승방 뒤쪽 언덕 위 삼령각을 두었고 회룡대 길목에 용왕각을 따로 모셨다. 대웅전은 정면 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을 한 조선 말기 건축물로 중심불로는 아미타삼존불을 모시고 있다.
장안사 용왕각 안내에 의하면 천년고찰 장안사는 신라 경덕왕 당시인 서기 759년 운명조사가 창건하였다는 천년고찰로 용왕각과 용바위는 신령한 기운이 있어 영험한 기도 도량이라고 한다.
▲ 장안사에서 비룡산 비룡대가는 갈림길에 자리한 장안사 용왕각
▲ 장안사 용왕각 젼경
▲ 장안사 용왕각 옆 전망대
▲ 장안사 용왕각 용바위에 새겨진 용 모습
국가명승 제16호 비룡산 회룡포는 태백산 청룡과 소백산 황룡이 이곳에서 만나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였다하여 비룡산 회룡포라 한다고 전하고 있다.
회룡대에서
▲ 용왕각 앞 가파른 계단길
▲ 회룡대가는 중간에 쉼터
▲ 회룡대로 오르는 완만한 산길
▲ 하트산을 바라보며 열쇠를 걸어라는...
장안사에서 약 300m, 장안사 용왕각에서 100m 비룡산(189m) 산길 능성을 따라가면 우리나라 명승 제16호 회룡포를 전망하는 정자가 세워져 있다.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중 최우수 하천으로 선정된 회룡포는 10년 전에 비하여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일부 공간을 녹지공원으로 꾸며졌고 오토캠핑장과 모래를 질주하는 사륜구동바이카까지 들어서 있었다. 이 뿐만 아니다. 전망대 앞 사랑의 자물쇠를 판다. 건너편 하트모양을 한 산을 바라보며 사랑의 증표로 남겨보라는 상술에 왠지 심기K 불편하다. 가끔 여행지에서 만나는 녹슨 열쇠꾸러미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그 수많은 열쇠 주인들은 지금도 행복한지 묻고 싶다.
▲ 회룡포 회룡대 전망대
▲ 회룡포 전망대
회룡포 마을을 내려다본다. 마지막 한 삽만 뜨면 동그라니 섬으로 남을 육지속의 섬이라는 안내 문구가 자꾸 떠오른다. 조선시대 말엽 도로조차 없던 회룡포에 의성에 살던 경주 김씨가 이주를 하면서 주변을 개간하기 시작하였고, 의성에서 온 사람이라 하여 주변의 강을 의성포(義城浦)'라 불렀지만 TV 가을동화가 이곳에서 한 컷 촬영된 후 인기와 함께 찾는 여행객이 늘어났는데 인터넷에 '의성포'라고 라니 성급한 여행객이 경상북도 의성군으로 달려가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생겨 오해의 소지를 차단하고자 예천군은 주변의 형상이 흡사 용틀임을 닮았다하여 회룡포로 고쳐 부른다.
▲ 제1 뿅뿅다리
▲ 제2 뿅뿅다리
▲ 회룡포물돌이동
금빛 모래백사장 위에 모래성을 쌓아 만든 듯 외곽으로 집이 모여져 있다. 땅에 비하여 주택이 몇 가구되지 않아 여름이면 뿅뿅다리를 건너며 물놀이를 하거나 가을이면 주변 농작지에서 익어가는 가을의 색감에 넋 놓고 바라보기 좋은 곳이다. 마을 주변을 휘감아 돌아가는 낙동강 지류 내성천은 산과 계곡을 따라 삼강으로 흘러가면서 태극문양 물길을 연출한다.
▲ 회룡포 마을
▲ 철사를 늘어 놓은 듯 보이는 뿅뿅다리
전망대에서 뿅뿅다리를 바라본다. 왼편으로 제1뿅뿅다리가, 오른편으로 제2뿅뿅다리가 보인다. 제1 뿅뿅다리로 사람이 건너는 모습과 비룡산 용꼬리 능선이 끝나는 지점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비룡산 지형
회룡대에서 내려선 후 회룡포마을로 가는 뿅뿅다리를 찾아 길을 나선다.
뿅뿅다리 건너
뿅뿅다리가 생기기 전부터 이곳은 외나무다리를 만들어 건너 다녔다. 세월이 흐르면서 1997년 쉽게 물에서 훼손되는 나무 대신 공사판에 사용하던 기둥과 철재받침을 이용하여 나무다리를 대신했다. 분명한 것은 오래전 찾아왔을 당시 공사장에서 사용하던 철재발판을 연이어 연결한 뿅뿅다리를 받쳐주는 기둥이 띄엄띄엄 있어 다리를 건널 때면 지나는 사람의 하중에 의하여 낭창낭창해져 걷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지금은 딱히 마을로 건너가는 다리에 불과하지 않는가. 많은 여행객이 찾아오면서 안전을 위한 조치였을 것이지만 뿅뿅다리의 묘미를 쏙 빼버렸다. 강폭이 넓고 물길이 거세지 않아서 가뭄이면 그냥 바지를 접어 올리고 건너가면 된다.
약 100m 정도 되는 뿅뿅다리는 용궁면사무소 직원의 의견이 반영되어 나무대신 쇠파이프와 철판받침을 상판으로 올렸는데 물이 다리와 인접해지면 건너는 사람의 무게로 구멍이 물과 마찰되면서 물이 퐁퐁 소리낸다하여 퐁퐁다리로 불렀지만 언젠가부터 뿅뿅다리로 불리고 있다.
담담히 차가운 물살은 금빛모래를 육지 끝자락에 쌓아놓고 흰 구름 사이로 길을 재촉하여 한 조각 외로운 섬을 만들어 놓았다. 석공이 정으로 돌을 내려쳐 이보다 더 곱게 다듬어 낼 수 있을까?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마을에 들어서니 1박2일에서 다녀간 흔적을 크게 남겨 놓았다. 요즘은 역사적, 문화적 가치보다 어느 영화 장면에 나오는 배경인지, TV에서 소개되었는지가 더 사람을 유혹하는 세상이고 보면 딱히 나무랄 것도 안 되지만 왠지 씁쓸한 마음이 한동안 떠나질 않는다.
대자연이 빚어낸 몰돌이동 중심부에 농토를 펼쳐놓고 사시사철 변화무상함을 보여주며 외곽으로 제법 큰 도로를 만들어 가끔 차량이 질주하는 연인들의 즐거운 비명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회룡포에 2012년 오토캠핑장이 생겼으니 주변에 빛이 없어 여름날 밤하늘 올려다보며 별 사냥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오토캠핑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도 사용료나 예약이 필요 없다. 무료라 하여 전기가 없는 것도 화장실이 없는 것도 아니니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어디 있을까 싶다.
▲ 회룡포 마을 산책길
▲ 회룡포 마을
▲ 회룡포 마을 산책길 쉼터
▲ 회룡포에서 바라본 입구
회룡포 뿅뿅다리 가기전 마을 벽화
마치면서
선달산(1,235m0 기슭에서 발원한 내성천 물길이 회룡포 마을을 지나면서 급회전하는 독특한 모습을 그려내는데 무려 350도 회전으로 회룡포 마을을 물돌이동이라 부른다. 물길은 회룡포 마을을 떠나 다시 180도 방향을 틀어 낙동강으로 유입되는데 그 중간 길목에 국내 유일의 주막이라고 알려져 있는 삼강주막을 거쳐 간다.
회룡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뿅뿅제1다리를 통과하여 회룡마을을 거쳐 제2뽕뽕다리를 건너 산길을 따라 용포대와 회룡대 전망대를 돌아 다시 산 능성을 이용하여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를 따라 여행하면 회룡포마을 물돌이를 다양한 각도에서 만날 수 있다. 코스는 약 5.1km 이다.
즐거운 여행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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