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폭의 수채화 " 만휴정 원림 "
명승 제82호 /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178호
가을 문턱 폭포를 보여주겠다더니 어찌된 폭포가 물소리조차 내지 않으냐고 한다. 오늘 찾아가는 여행지는 안동시 여행정보에도 소개되지 않는 너럭바위 타고 흐르는 계곡물에 달빛조차 흔들림이 없는 그야말로 조용한 누정 바로 “만휴정”이다.
▲ 만휴정으로 오르는 길
▲ 송암폭포
문신 출신으로 청백리에 뽑혔던 조선 중기 연산군 6년(1500) 문신 보백당 김계형(1431~1517)은 안동 소산에서 출생하여 성균관에 입학, 점필재 김종직과 교유하였으며, 50세가 넘어 과거에 급제한 후 대사성, 대사간, 홍문관, 부재학 등 관직을 역임하다 연산군의 폭정에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낙향 후 동남향으로 자리한 만휴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홑처마 팔작지붕을 올린 개방형 누마루 형식 정자를 짓고 "쌍청헌(雙淸軒) "이라 부르다 만휴정으로 간판을 바꾸어 달았다.
▲ 입구에서 바라 본 만휴당. 바위손이 자라는 계곡 아래 폭포가 위치하고 있으며, 계곡 위 만휴정이 자리잡고 있다.
현재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173호로 경북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 1081(묵계하리길 42)에 위치하고 있는 만휴정은 너럭바위를 타고 흘러 내리듯 수직하강하는 가장 긴 물줄기를 자랑하는 송암폭포 상단부 오른편에 계곡을 향해 문을 열고 길을 내 놓은 독특한 만휴정을 만나게 된다.
▲ 계류를 건너기 위해 놓여진 통나무 다리
▲ 송암폭포 아래 작은 짙은 초록을 품고 있는 소
▲ 만휴정
만휴정은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각기 달라 보인다. 담양 소쇄원은 자연의 계곡을 자신의 담장 안으로 끌여다 놓았다면 만휴정은 계곡과 비록 담장으로 공간을 나누었지만 진입로가 독특 할 만큼 아치형 교량이나 징금다리가 아니라 통나무 서너개 묶어 긴 계곡을 가로질러 놓을 만큼 자연을 가급적 훼손하지 않는 노력이 돋보이는 곳이다.
▲ 만휴정 아래 송림폭포 위 계류 전경. 폭포 위를 따라 이동하는 길에서 다양한 모습의 폭포를 내려다 볼 수 있다.
▲ 만휴정 측면 전경
김계행의 후손 김양근의 만휴정시를 통해 만휴정을 찾지 않아도 눈 감으면 충분하게 그려 낼 수 있는데 “ 層層授急水 층층이 급하게 내린 물이 / 滙處自成釜 모여든 곳이 절로 가마소 되었네. / 十丈靑如玉 푸른 옥 같은 물이 열 길이나 되어 / 其中神物有 그 가운데 신령스런 사물이 있을 듯하네. / 爆淵猶或有 폭포 밑에 연못이야 더러 있으나 / 盤石最看大 바닥에 서린 바위 가장 커 보이네. / 白白如磨礱 희디 흰 것이 갈아낸 듯한데 / 百人可以坐 가히 백 명은 앉을 만하네. / 鑑前三釜燒 난간 앞으로 가마소 셋이 둘러 있고 / 詩興翼然亭 시적인 감흥은 정자 추녀처럼 일어나네. / 爛漫花爭笑 활짝 핀 꽃들은 저마다 웃음을 다투고 / 一山盡醼形 온 산은 모두 잔치하는 형국일세.”라며 표현을 하고 있다.
▲ 만휴정에서 바라본 전경. 막혀져 있다.
▲ 만휴정 너럭바위에 적혀 있는 글귀
만휴정으로 오르기 위해 차량 서너대 추가 가능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산길을 따라 200m 오르면 송암폭포 그리고 계곡을 건너 홑처마 팔작지붕을 한 만휴정을 만나게 된다. 계곡에서 내려다 보면 만휴정 마루바닥까지 다 보이지만 계곡을 따라 담장을 둘렀다. 만휴정에 걸터 앉으면 폭포가 보이는 것도 아니요, 구름이 걸린 산봉우리가 보이는 것도 아닐 만큼 앞이 막혀 있으며, 계곡 바위에 ‘보백당만휴정천석(寶白堂晩休亭泉石)’ 글씨를 새겨 놓았다.
보백당 김계행은 마흔아홉이란 나이 대과에 급제한 인물로 예순일곱까지 관직에 머물다 연산군의 폭정을 피해 사직을 청하였고 그의 나이 일흔한살이 되어 풍산 소산으로 내려와 설못 주변 쌍청헌이라는 정자를 짓고 만년을 보내려 하였지만 길옆에 위치하여 번잡을 피해 소산에서 47km 떨어진 길안 묵계로 옮겨 송암폭포 위 정자를 지은 후 저물 만(晩) ,쉴 휴(休) 만년에 휴식을 취한다는 '만휴정'으로 개명하였다.
▲ 산길에서 만휴정으로 가는 길은 오직 통나무길 뿐이다.
▲ 폭포 상단 너럭바위
만휴정은 떨어지는 계곡물이 잠시 너럭바위를 만나 머물다 흐르는 계곡 위 자리잡고 있지만 소리없이 흐르는 송암폭포와 고였다 흘러내리기를 반복하지만 물길이 부드럽고 조용하다.
건물 동쪽 방 앞 편액은 持身謹愼 待人忠厚(지신근신 대인충후) / 겸손하고 신중하게 몸을 지키고, 충실하고 돈후하게 사람을 대하라. 서쪽 방 앞 편액은'吾家無寶物 寶物惟淸白(오가무보물 보물유청백) 우리 집에는 보물이 없다. 보물이 있다면 맑고 깨끗함이다“라는 유훈이 전해지고 있다.
즐거운 여행을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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