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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가을여행

허영꺼멍 2014. 9. 5. 22:23

 

 

 

 

 

 

2008년 람사르총회가 열린

" 세계5대 연안습지 순천만".

 

순천만이 알려진 것은 우리문단에 감수성의 혁명을 일으킨 김승옥의 근대단편소설인 무진기행의 배경지로 알려지면서 문학 지망생이 무진의 안개를 보기위해 찾기 시작하면서 알려졌다. 안개가 무척 많은 소박한 작은 항구 마을 무진에서 부슬비 내리는 날 방죽에서 자살한 술집여자의 죽음에 연민의 정을 느끼면서 소설은 흥미진진해 진다.

 

▲ 늣 가을 순천만 갈대숲 데크길에서 추억 만드는 탐방객

무진기행을 통해 알려진 안개나루 주변은 이제 삐거덕 꺼리며 힘겹게 노를 젓던 나룻배가 사라지고 탐조선이 운행하고 있다. 무진기행에서는 무진의 자랑으로 안개를 뽑았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문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에워싸고 있다 할 만큼 무진의 안개를 칭송했지만 지금은 안개를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다.

 

▲ 초가을 순천만 전경과 늣가을 순천만 전경

 

아름다운 연인들이 70여만 평 갈대숲으로 숨어들면서 갈색여행이 시작된다. 2008 람사르총회가 열린 세계5대 연안습지 중 한 곳인 순천만은 대대포구라는 작은 항구를 끼고 있다. 동쪽으로 여수반도와 서쪽으로 고흥반도를 끼고 있는 대대포구는 39.8km, 해안선에 21.6km갯벌과 국내 최고 27km 갈대밭이 어우러져 사시사철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순천만은 철저하게 자연과 어우러짐을 원칙으로 한다. 철새의 휴식을 위하여 조명을 가급적 설치하지 않고 꼭 필요하다면 낮게 설치 할 만큼 화려한 공원과는 거리가 멀다. 순천만의 다양한 생태자원을 보존 및 학습을 할 수 있는 순천만자연생태관, 그리고 밤이면 천문대를 통해 별을 관측할 수 있으며, 낮에는 천문대 관측소 앞에서 순천만을 찾아오는 철새를 탐조하도록 망원경을 설치해 두었다.

 

▲ 순천만 칠면초 군락지

 

▲ 순천만 솔섬 낙조

 

순천만에서 특별한 여행을 할 수 있다. 여수 방향 와온해변 "S"자 물길의 낙조, 화포해변에서 내려다보는 칠면초(마을에서는 기진개라 한다)의 붉은 모습, 해질녘 벌배를 밀고 갯벌을 이동하는 아낙네의 모습, 한쪽집게를 흔들며 구애하는 홍게의 현란한 손놀림, 뻘 위를 뛰어다니는 망둥어의 모습, 뱃길로 물살을 가르며 만나는 철새의 장관, 갈대숲 사이로 난 산책로데크를 따라 거니는 운치 등 대대포구의 살아있는 자랑이다.

 

▲ 벌배를 이용하여 작업하는 주민

벌배를 밀며 작업장으로 향하는 주민의 모습을 통해 생동감이 느껴지는 순천만 갯벌 속에는 다양한 생명이 숨 쉬고 있는 곳이다. 갯벌에는 유기물이 풍부하여 게류, 조개류, 갯지렁이로 풍부하여 천연기념물이 흑두루미,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도요새를 비롯하여 200여종 철새의 보금자리로 알려져 있다.

 

▲ 순천만 탐조선

 

순천만을 거슬러 오르는 철새탐조선을 이용하면 순천만 생태체험선 선상투어는 갯벌과 갈대 속에 머물고 있는 철새 특히 흑두루미의 모습을 관찰 할 수 있다. 대대포구에서 출발하여 "S"자 갯골까지 왕복 6km35분간 운행 된다. 순천만여행은 월요일은 배편이 운행하지 않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승선은 사전예약은 하지 않으며, 도착시간에 맞추어 배편 승차여부를 확인하면 기다리지 않고 승선할 수 있다.(061-749-4059)

 

▲ 순천만 별미 짱뚱어탕.

 

여행 코스는 순천만 화포마을과 용산전망대로 나눈 후 우선 화포마을로 찾아든다. 그 이유는 먼 거리를 달려 찾아온 여행객이 우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함인데 전망대식당에서 "짱뚱어탕" 한 그릇을 우선 해결하고 시작하자는 의미도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용산 전망대"에서 만날 낙조시간을 맞추기 위한 느림 여행하기 위함이다.

 

▲ 개벌에서 쉽게 만나는 짱둥어

 

 

▲ 용산 전망대 반대방향 화포마을 선착장

순천만은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데 일몰은 순천만 용산전망대로 이미 전국에서 손꼽는 명소이며, 일출은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앞쪽 산자락에 위치한 화포마을이다. 화포마을은 일출 명소로 돌탑(소망탑)을 항구에 세워놓았다. 순천만에서 개펄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전통어업 방식으로 대갱이(깻쭈끄레미)를 잡는 모습과 벌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물이 빠지면 벌배를 밀고 바다를 나간다. 낚싯대를 던져 눈먼 망둥이를 잡는 사람, 갯가에 드러난 그물 속에 걸린 고기를 찾는 사람, 조개를 캐는 사람이 발목에서 무릎까지 빠지는 갯벌에서 또 하루를 열고 있다.

 

▲ 갈대숲 데크길을 나와 용산 전망대로 향하는 산길

갈대숲을 지나 용산전망대로 오르다 나무 그늘에 잠시 쉬어본다. 집에 갇혀 선풍기 바람에 부채질을 하던 바람과 차원이 다른 바람이 불면서 순식간에 땀이 식고 머리가 정화되는 상쾌함에 매료된다. 느린 산행속도는 시간을 늘리지만 잃어버린 시간만큼 스쳐가면서 만날 수 없었던 풍경을 얻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속도를 잃는 만큼 풍경을 얻는 느림의 미학이요, 한 박자 쉬어가면서 즐길 수 있는 활력소가 아닐까 싶다.

 

▲ 전국 최고의 낙조로 손꼽는 순천만 'S'자 물길이 여는 낙조

해가 넘어들자 바다는 온통 홍조 빛으로 사랑에 빠져든다. 전망대에서 마주하는 연인의 얼굴에도 홍조 빛으로 변한다. 연인들은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처음 찾은 여행객은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와 대박"이라며 즐거운 탄성을 쏟아내며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일몰이 시작되면서" S "자 물길이 미약하지만 이글꺼리기 시작한다. 금방이라도 용광로에서 울컥 쏟아 낼 것만 같은 오묘한 색감이 물길을 따라 그렇게 흐른다. 바람마저 숨소리 죽여 버린 순천만은 그렇게 오늘도 눈시울을 적시며 세상을 끌어안고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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