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곡서원 그리고 은행나무
산 넘고 물 건너 여행을 하듯 그렇게 한참을 산길을 따라 달렸다. 경상북도 경주시와 포항시 경계에 있는 운곡서원이 오늘의 여행지이다. 여름날 이 산길을 찾았다면 호젓한 분위기를 즐기며 여행을 하였을 것이지만 11월 첫 주에 찾는 운곡서원은 탐방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바로 약 350년 된 은행나무의 자태가 화려함과 도도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운곡서원 은행나무에 단풍잎이 갑작스런 찬바람에 떨어지고 있다.
왕신저수지 자락에서 동쪽 청수골로 들어선다. 깊은 산골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계곡 옆으로 제법 넓은 주차장이 있다. 어린 은행나무가 입구부터 현란한 손놀림으로 환영인사를 건네 온다. 그리고 이어지는 계단길 위에서 어떤 가을이 숨어 있는지 사뭇 궁금해지기까지 하는 곳이다.
▲ 운곡서원 관리사 전경
계단 끝자락에서 만난 운곡서원은 초라함이 묻어난다.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 그 이후 많은 서원이 재건되고 있지만 실상 관리는 옛날처럼 쉽지 않다보니 연중행사를 제외하면 문이 굳게 잠겨 있는 곳으로 사람의 손길로부터 멀어지다 보니 건물이 빨리 퇴색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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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서원은 조선 정조 8년(1784) 역내의 후손에 의하여 추원사를 짓고 고려공신 안동권씨의 시조 태사 권행, 죽림 권산해, 귀봉 권덕린 세분을 배향하던 곳으로 고종 5년(1868) 대원군의 전국 사원 철폐령을 비켜가지 못하고 철거된 후 광무 7년(1903) 재단을 만들고, 1976년 말곡사터로 추정되는 이곳에 안동권씨 문중에 의하여 운곡서원을 중건하였다.
▲ 관리사에서 바라 본 운곡서원
안내글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운곡서원은 조선 정조 8년(1784) 역내의 후손들이 이곳에 추원사를 세우고 안동권씨 시조 고려태사 권행선생을 봉향하고 죽림 권산해, 귀봉 권덕린공을 배향하는 곳으로 고종 5년(1868) 대원군 금령에 의하여 훼철되었다. 광무칠년에(1903) 다시 설단하여 제향을 해오다 1976년에 중건하여 향의에 의하여 운곡서원으로 개액했다. 경내에는 경덕사를 비롯, 정의당 돈교재 잠심재 견심문 유연정 등이 있다.’
▲ 견심문
서원 담장 밖으로 고려태사 권공 신도비가 서 있다. 신도비는 2005년 비를 세우기로 결의한 후 안동 능동에 있는 신도비를 탁본하여 새긴 후 2007년 오늘날 자리에 세워졌다. 신도비 옆으로 열쇠가 채워진 문을 탐방객이 열어 보려고 얼마나 당겼는지 문이 반쯤 벌어진 모습으로 굳게 채워져 있어 들어서지는 못하고 담장을 따라 돌아 나간다.
가을 운곡서원 단풍을 보기위해 11월 첫주 방문하였으나 단풍이 청춘이라 다시 찾았다.
인터넷 공간에서 떠돌던 은행나무 모습에 올해는 꼭 만나 보고픈 마음에 시간을 조율하며 그렇게
만남을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3일 정도 늣은 만남이였다.
▲ 유연정 담장너머 바라본 은행나무
유연정 담장 너머 가을이 걸려 있다. 운곡서원 유연정 앞에 있는 은행나무는 죽림 권산해 후손인 권종락이 권산해의 억울함을 달래주기 위하여 다녀갈 때 순흥 금성단 옆 압각수 가지를 꺾어 심은 것이라 한다. 당시 나뭇가지를 5월 5일 날 꺾어들고 양주에서 예천을 거쳐 운곡에 6월 16일 도착하니 가지가 메말라 살기 어려웠지만 “우리선조 죽림공의 충절이 다시 빛나듯이 이 나무도 반드시 살아 날것‘이라며 심었다 전한다. 은행나무는 경주시 보호수 11-15-16호로 지정되어 있다.
▲ 11월 첫주 방문하였을 당시 은행나무 |
▲ 11월 13일 방문하였을 당시 은행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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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서원 뒤편이자 유연정으로 향하는 공간은 꽤 넓다. 이곳에 옛 절터였음을 말해주듯 운곡서원이 넓게 자리 잡고 계곡 위에 유연정을 올렸는데 오늘날 숲이 계곡을 뒤덮어 계곡을 즐기려는 정자와는 거리가 조금 먼 공간처럼 보인다.
▲ 운곡서원 뒷편 은행나무를 지나면 만나는 유연정.
유연정은 경상북도문화재자료 제345호로 홀처마 3량 건물이다. 정조 9년(1785) 추원사를 세우면서 함께 만든 것으로 보이는 유연정은 시원한 계곡에서 만날 수 있는 정자와는 조금 다른 형식을 갖추고 있다. 유연정에 관한 안내글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 이 정자는 안동권씨의 시조인 고려태사 권행과 죽림 권산해, 구봉 권덕린 등을 모시기 위해 세워진 운곡서원에 딸린 건물이다. 이 정자는 순조 11년(1811) 도연명의 자연사상을 본받기 위해 자연경관이 빼어난 계곡 위에 세웠다고 한다. 건물은 앞면 3칸, 옆면 2칸 규모로, 지붕은 옆에서 보면 여덟팔자 모양인 팔작지붕으로 꾸몄다. 왼쪽 칸은 마루로 하였고 가운데 칸은 온돌방이며 오른쪽 칸도 온돌방으로 하였다. 가운데와 오른쪽 칸 앞에는 반칸 크기로 마루를 깔았다. 외부의 기둥은 둥근 기둥을 사용하였고 기둥 위에는 초익공을 장식하였다. 가운데칸 대청의 천장은 서까래가 보이지 않게 우물천장으로 하였는데, 그 양쪽에는 반원형의 판재를 45도로 끼워 매우 특이한 모습으로 되어 있다. 운곡서원이 세워진 이곳은 원래 신라시대 창건되었던 밀곡사터이다.’
▲ 유연정 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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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원 관리사에 널려져 있는 곶감
올해는 은행나무를 찾아 가을 여행을 많이 떠났다. 그 중에서도 서원에서 만나는 은행나무는 여느 가을 여행과는 다른 느낌이다. 서원이라 하면 문이 닫혀 있거나 낡고 쓰러져가는 건물이거나 개인을 숭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 그건 이 나라를 사는 국민으로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서원은 우리민족의 얼굴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며, 전국 수많은 서원중에서 대원군 철폐령에서도 인정받은 서원중에서도 이번 여행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준비하는 전국 9곳을 기획하여 떠나 보았다.
남들은 그런다 그깟 서원여행을 왜 하느냐고... 글쎄.. 왜 할까? 아무도 찾지 않는 그런 곳인데 말이다. 그래도 가끔 젊은 사람이 손에 프린트한 용지를 마루 바닥에 펼쳐놓고 생각에 잠긴 사람들을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희망이 있어 보이는 건 웰까.
즐거운 여행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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