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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 정월대보름 남해 선구마을 즐끗기

허영꺼멍 2015. 3. 6. 08:20

 

 

 경상남도 남해군                      

정월대보름 선구마을 선구줄끗기 행사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26호 선구줄끗기

 

▲ 선구마을 고싸움

 

매년 비슷한 정월대보름 행사에 좀 다른 풍경을 볼 수 없을까 하는 바램에 여러곳을 확인하였고 유독 눈에 띄는 것이 남해 남면에 위치한 선구마을이었다. 정월 대보름 행사로 잊혔던 세시풍속을 되살려 정월대보름날 마을 주민이 다 함께 어른 주먹보다 큰 자갈돌이 널려져 있는 선구마을 해변에서 열린다는 것이었다.

 

▲ 남해대교를 건너 남해읍에서 남면 방향으로 진행한다.

 

남해대교를 지나 남해 남면으로 향하는 길은 익숙한 길이였고 그렇게 남면 평산리를 거쳐 가천다랭이 마을 못미처 선구마을에 도착하였다. 행사 시간이 오후 2시부터 진행된다는 정보를 입수하였고 도착하니 오후 1시였다. 마을 주민은 옛 흰옷을 입고 골목에 모여 행사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선구마을 방파제에서 잠시 마을 풍경을 담았다. 마을 회관 앞 골목길에 아랫마을 당산목이 새끼로 주변을 감싸고 흰 창호를 두르고 서 있다.

 

▲ 방파제에서 바라 본 선구마을

 

 

 

 

마을 앞 항구에 방파제를 높게 세우고 안으로 마을은 산비탈을 개간하여 형성되었다. 좁은 골목길과 중간에서 만나는 공동우물터가 눈길을 끈다. 집집마다 봄꽃이 피어나고 있는데 매화 몇 그루가 봄 향기를 전한다. 밭을 일구느라 바다로 향해 뻗어 내린 산자락은 나무가 거의 없었고 밭에는 붉은 황토빛이 선명하다.

 

▲ 해안에 위치한 아래마을 당산나무로 할매나무 당산이다.

 

 

마을입구에서 만난 선구줄끗기 마을전수회관, 마을 중턱에서 내려다 본 전경, 마을 공동 우물터

 

마을골목을 따라 아랫마을에서 윗마을로 향한다. 골목이 제법 빡세다. 윗마을 입구에는 350년 된 팽나무가 금줄을 두르고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서 있다. 마을 당산목으로 할아버지 나무이다. 선구줄끗기 시작을 알리는 제를 지내는 곳이다.

 

 

당제를 지내다.

 

▲ 윗마을 팽나무 아래에서 당제를 지내는 모습

 

▲ 남해읍 군수님도 한잔 올리시고...

 

 

윗마을(북변)과 아랫마을(남변)로 서로 마을 수호신 당신나무에 제를 지내고 당산 앞 돌을 들어 음복주를 나무에게 주는 과정을 거친다. 당상나무 앞 밥무덤처럼 넓적한 돌 주변을 새끼로 줄을 치고 창호를 둘러쳐 놓았다. 윗마을 350년 묵은 팽나무는 북변 할배당산이며, 아랫마을 남변 마을 중앙에 있는 나무는 할매나무이다.

 

간단한 상을 차리고 잔을 올리며 소망을 기원한다. 제를 올리고 술을 당산목 앞 돌을 들어 술을 붙고는 농악소리와 함께 윗마을 북변팀이 도로를 따라 아랫마을로 향한다. 고를 메고 깃발을 들어 흥을 돋우고 마을 아낙들은 굵은 새끼줄을 어깨에 올려들고 농악대의 신명나는 장단에 흥이 겹다. 아래마을도 할매나무 당산 앞에서도 제를 동시에 올린다.

 

▲ 윗마을 사람들이 아래마을로 향하고 있다.

 

 

 

제를 지내고 언덕 위 마을 사람은 도로를 따라 해안으로 내려선다. 일제강점기 민족말살정책으로 중단되면서 잊혀졌던, 주민들의 고증과 노력으로 다시 복원된 소중한 정월대보름 민속행사인 만큼 다들 참여하는 열기가 대단해 보였다.

 

아래마을도 제를 지내고 항구를 향하고 있다.

 

▲ 마을 입구에서 양팀이 만나게 되고 자갈마당으로 내려선다.

 

 

어불림

 

▲ 자갈해변으로 모여든 양팀.

 

▲ 승리를 위해

 

정월대보름 날이면 집집마다 손수레를 끌고 다니면서 볏짚을 거두어 아랫마을은 자갈해변에서 새끼를 꼬고, 윗마을은 당산나무에서 새끼를 꼬아 꼰 새끼를 다시 굵게 꼬는 과정을 거쳐 약 1m 직경의 고를 만들고 원줄 2m 그리고 뒤에 원줄보다 가늘게 만든 40m 새끼줄 4가닥이 갈라지고 이것을 아낙들이 메고 따라간다. 해안가에 위치한 아래 마을도 마을 중심에 있는 당산에 제를 지내고 항구를 돌아 윗마을 팀이 해안으로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마을 입구에서 서로 만나 한바탕 결전을 준비하는데 이를 어불림이라 한다. 어울림의 남해 방언이 어불림이다.

 

 

고싸움

 

▲ 양팀 격돌

 

신명나는 풍악소리와 함께 고를 메고 자갈해변에 마주한 아랫마을과 윗마을 팀은 기세를 올린다. 어깨에 올려진 무거운 고를 메고 징 소리와 함께 서로의 고가 함성소리와 함께 결전을 치른다. 고를 맞대고 힘을 겨룬다. 첫 번째 고싸움이 싱겁게 끝이 나고 해안가에는 승자의 환호소리와 패자의 통곡하는 장면이 연출하는데 바로 이것이 고싸움이다.

 

 

 

고싸움은 아낙네의 힘으로 줄을 당긴다. 고싸움에 동원되는 인원은 북변주민들과 사촌, 임포, 운암 사람이 한 팀이 되고, 남변주민들은 향촌, 가천 주민이 한 팀이 된다. 40m 새끼줄이다 보니 인원이 제법 거들어야 한다. 줄을 당기는 공연장 바닥은 굵은 자갈돌이라 한번 밀리면 꼼짝없이 끌려가고 만다.

 

고싸움의 절정 격돌!

 

자갈해안에서 한바탕 고싸움이 시작된다. 작게 만든 차전놀이와 유사하다. 양 팀 팽팽한 힘겨루기를 통해 겨룬다. 밑에서 고를 받치고 있는 기둥을 짊어진 사람들의 얼굴에서 최선을 다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격돌한 고가 치솟고 한쪽이 밀리면서 승자와 패자로 갈라진다. 고싸움은 다음 경기 즐끗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줄끗기를 위해 서로의 고를 연결할 때 고싸움에서 승자가 숫고가 되고 패자가 암고가 된다.

 

 

줄끗기

 

▲ 양팀 고를 걸고 빗장을 채운 후 양쪽에서 줄을 당기게 된다.

 

고싸움이 끝나면 줄끗기를 한다. 끗기란 남해 방언으로 끈다는 뜻이다. 상대방의 고를 서로 끼고 단단하게 결속을 시킨 후 열쇠 역할로 비녀처럼 중앙에 빗장을 걸고 징소리와 함께 양 팀이 줄다리기를 한다. 단 한 번의 승부가 아니라 삼판양승으로 진 팀에서는 아낙들이 치마에 자갈돌을 담아 무게를 늘리는 우스운 모습을 연출한다. 서로 진영을 바꾸어 가면서 즐끗기를 하였고 그렇게 승자와 패자가 갈라졌지만 다들 즐거운 표정이다.

 

 

 

 

이긴팀이 즐겨워 하는 동안 진 팀은 발을 구르고 땅을 치고 통곡한다. 다음번에는 기필코 승리하겠다는 결연의 의지를 보인다. 행사의 한 부분인지 아니면 즉흥적인지 알 수 없지만 자갈돌을 치마에 담거나 가슴에 품는다. 아마도 다음번 경기에서 몸무게를 늘려 끌려 가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달집태우기

 

▲ 승리팀이 앞장서서 달집을 향하고 있다.

 

 

 

즐끗기로 승패가 결정되고 곧장 승리를 한 팀은 풍악을 울리며 달집으로 향한다. 2시에 시작한 뜨거운 열기가 3시를 조금 지날 무렵이었다. 달이 뜨기도 전이었지만 행사는 달집을 태우며 한바탕 농악놀이에 양 팀 참여자가 다함께 즐긴다. 내가 살던 지역에서도 정월대보름날이면 요즘 달집은 간편하게 소나무 가지를 꺾어 달집을 만들고 기름을 부어 태우지만 옛날에는 연기를 더 많이 내기위해 마을에서 거둔 볏단을 물에 적시고 대나무를 둘러 그 위에 줄을 치고 걸었던 어린 시절 기억이 난다. 대나무가 타면서 펑 펑 소리가 밤을 깨웠고 불꽃이 하늘로 틔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였다.

 

달집 점화를 앞두고 한바탕 논다.

 

 

 

선구마을 자갈해변은 승자와 패자가 어우러져 한바탕 춤사위가 벌어졌다. 주민들이 다 함께 어깨춤을 추며 즐기는 모습에서 마을의 평화는 이미 찾아온 듯 보여졌다. 풍악소리가 점점더 흥을 돋우고 열기가 뜨거워질 무렵 달집이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달집 불길이 치솟으면서 행사도 마무리되어 갔다. 남변과 북변 그리고 참여한 이웃 주민들이 자갈해변에 모여 달집 주변에서 한바탕 노는 것을 망월대동굿이라 한다. 힘든 행사인 만큼 먹을 음식도 다양하다. 절편과 두부 그리고 고기가 나오는데 바닷가에서 치루는 행사인 만큼 싱싱한 횟감도 등장하였고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선구마을 정월대보름 행사인 당산제는 어불림, 필승고축, 고싸움, 줄끗기, 달집태우기 순으로 마무리 되었다.

 

 

선구 줄끗기 놀이와 비슷한 것이 청도 도주줄다리기가 있다. 동군과 서군으로 나누어 하는 대형 줄다리기로 행사가 끝나면 사용된 새끼를 짤라가는 풍습이 있는데 이곳 선구 즐끗기는 사용된 고와 새끼를 다음해 사용하기 위해 불태워지거나 잘라지는 것이 아니라 수선하여 또 사용한다는 것이다.

 

선구마을에서 치러진 이번 줄끗기 공연은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고증에 의해 한다지만 체계적이지 못한 부분이 조금 아쉬웠고 고싸움에서 상대 장군이 낙상하는 사고도 발생하였다. 내년에는 좀 더 안전하고 좀 더 체계적으로 더 큰 축제를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남해군의 관심을 기대해 보면서 선구마을 해변을 빠져 나왔다.

 

선구줄끗기는 이 마을의 특별한 행사로 정월대보름날이면 윗마을과 아랫마을 주민이 서로 팀을 만들고 치루는 행사로 우리나라에 남아 전해져 오는 정월대보름행사이다. 선구마을은 산비탈을 깎아 농사짓는 토지와 바다를 끼고 있어 반농 반어촌 마을로 풍년과 풍어를 빌고 기원하는 세시풍속으로 몽돌해안에서 행하던 놀이가 바로 선구즐끗기이며, 경상남도 무형문화제 26호로 지정된 문화제로 지정되어 있다.

 

 

 

 

축제에 감사드리며, 사진촬영에 협조해 주신분께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여행하시길 바랍니다.

http://blog.daum.net/okgo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