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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주차장에서 석굴암 주차장까지 약 2.2km, 토함산까지 3.6km 구간이었다. 불국사에서 석굴암 주차장으로 오르는 산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편리함과 신속함이란 문명의 이기에 늘 탑승하여 석굴암까지 쉬이 가던 그 길을 오늘은 토함산(吐含山 745m)에 오르는 만큼 걸어서 오르기로 결정하였다. ▲ 토함산에서 바라 본 덕동호와 보문단지 전경
산길을 따라 오른다. 다른 등산로에 비하여 상당히 폭이 넓고 주변에는 단풍나무 가로수 길을 조성해 놓았다. 이 길은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하여도 불국사에서 석굴암으로 오르내리던 산길이었다. 지금이야 굽이굽이 따라 오르는 차도가 있어 누가 이 길을 걷겠냐 싶겠지만 옛 추억을 따라 오르는 사람, 불교신자와 등산객이 산길을 따라 오른다. ▲ 들어오는 진입로가 넓다. 불국사에서 오르는 길은 평탄하다 생각 할 만큼 경사를 완만하게 돌아가도록 만들어져 있어 누구라도 쉽게 석굴암 주차장까지 오를 수 있다. 출발지점으로부터 본격 산행을 시작하는 약 1km 지점에 고급스런 비데가 설치된 화장실과 약수터가 있다. 청마 유치환 시비를 만나다. ▲ 청마 유치환 시비 등산로를 따라 진입하면 첫 번째로 오른쪽에 비석 하나를 만나게 된다. 청마 유치환(柳致環 1908-1967) 시 중에서 ‘석굴암대불’ 첫 구절을 옮겨 놓았다.
석굴암 대불. 유치환 목 놓아 터트리고 싶은 통곡을 견디고 / 내 여기 한 개 돌로 눈감고 앉았노니 / 천년을 차가운 살결 아래 더욱 / 아련한 핏줄, 흐르는 숨결을 보라. / 목숨이란! 목숨이란 / 억만년을 원 두어도 / 다시는 못 갖는 것이며 / 이대로는 못 버릴 것이매 / 먼 솔바람 / 부풀으는 동해 연 잎 / 소요로운 까막까치의 우짖음과 / 뜻 없이 지새는 흰달도 이마에 느끼노니 / 뉘라 알랴 / 하마도 터지려는 통곡을 못내 견디고 / 내 여기 한 개 돌로 / 적적히 눈 감고 가부좌하였노니. 석굴암 주차장에 도착하다 ▲ 석굴암 경북대종. 종 한번 치는데 천원을 보시해야 한다. 석굴암 주차장에 오른다. 힘겨움도 잠시 경북대종 소리가 가슴에 와 닿는다. 종소리 한 번에 천원! 단돈 천원이 내는 소리다. 석굴암 입장료 5천원도 부족하여 불우이웃 돕는 다는 이유로 타종 한 번에 천원을 받는다. 입구에 시주함 가져다 놓고 한분이 지켜서 있다. 외국인이 안으로 들어서자 가로막는다. 그리고 시주함을 가리킨다. 이 얼마나 답답한 풍경인가. 외국인은 건물로 들어서다 멈칫 꺼리더니 입구에서 사진 한 장 찍고 물러난다. 석굴암에서 하루 거둬들이는 입장료가 얼마인데 꼭 타종 한 번에 천원씩 받아서 그 돈으로 불우이웃을 도와야 할까? 외국인이 타종 소리에 궁금해 하면 먼저 손 내밀고 달려가 함께 손잡고 타종을 한번 해 주면 안 될까? 참으로 우리나라 종교도 언제 적부터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 석굴암 앞면 일주문과 왼편 매표소. 석굴암 매표소 옆 왼편으로 돌아서면 등산로가 나온다. 등산로는 약간의 고도를 유지하며 정상까지 오르지만 힘든 구간은 아니다. 늘씬한 숲길을 헤집고 걷다보면 석굴암과 등산로 경계에 군부대에서나 보는 녹슨 가시 철책이 둘러쳐 있다. 입장료 안내고 몰래 방문하는 사람을 철저하게 차단하겠다는 의미일까? 지뢰라도 매설된 지역일까? 토함산 성화 채화지를 거쳐가다 ▲ 경주 토함산 가는 길메서 만나는 성화 채화지(695m) 석굴암 주차장으로부터 약 500m 지점에 도착하면 성화 채화지를 만난다. 경북체전, 경주시민체육대회가 열리면 이곳에서 태양열로 성화채화를 한다. 가장 최근으로 2016년 10월 23일 오전 8시45분에 제32회 경주시민체육대회 성화를 채화하였으며, 제54회 경북도민체전은 경주 토함산(희망의 빛), 안동 학가산(행복의 빛), 안동 검무산(소통의 빛) 3곳에서 채화했다. 산길을 따라 오른다. 아찔한 능선길이 좌우에 포진해 있는 만큼 골바람이 심상치 않다. 정상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음지에는 채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는가 하면 기묘한 나무들이 곳곳에서 낯선 이방인을 위해 기꺼이 포즈를 취해준다. 경주 토함산 정상에 딛다.
정상에 올라선다. 구. 정상석 옆으로 거대한 정상석이 자리 잡고 있다. 정상이라 하여 툭 튀어 오른 바위산에 올라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주변 갈대숲 사이 약간의 활엽수가 있을 뿐 사방이 침엽수인 전나무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시야를 대부분 가려 놓았다. ▲ 정상석 신라시대 하늘과 신선에게 제를 지내는 영산 즉, 5악 중 토함산은 동쪽에 있다하여 ‘동악(東嶽)’으로 부르며 신성시 하였다. 토함산에는 천년고도 신라의 찬란한 불교문화를 대변하는 불국사와 석굴암, 장항리 절터 그리고 오늘날 성화 채화대가 자리 잡고 있으며, 경주 남산 옆에 위치한 단석산(斷石山 827m)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산이다. 또한 토함산은 국내 두 번째 국립공원으로 2003년 지정되었다. ▲ 정상에서 만나는 이정표 ▲ 동해바다 전경 ▲ 포항방향 전경 동해바다로 시선을 돌리자 크고 작은 산이 겹겹 바다로 향해 몰려가고 있다. 맨발로 달려온 듯 바다가 쪽빛 가슴을 열어 일일이 껴안아 준다. 감포 앞바다 장엄한 일출이 시작되는 곳. 문무왕이 죽어 그 사후에 바다로 침입하는 왜구를 막겠다며 수중릉에 유해가 안장되었다는 동해 바다 바로 그 바다가 두 눈에 가득 몰려온다. ▲ 정상에서 바라 본 오른편 덕동호와 왼편 보문단지 보문호 전경 반대편 경주 시내를 조망하기 위해 정상에서 조금 아래 산불감시초소에 내려선다. 경주 보문단지와 덕동호가 한눈에 조망되며, 드넓은 평야 그 뒤로 남산을 시작으로 첩첩 이어진다. 정상에서 불국사까지 3.6km, 석굴암 주차장 1.4km, 시부거리 4.2km, 보물로삼거리 7.0km, 탑골 2.8km 구간이다. ▲ 보문단지 보문호 경주 토함산은 국립공원구역이자 문화재보호구역,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이자 세계문화유네스코 지정된 불국사와 석굴암이 있는 곳이다. 토함산은 바다의 영향으로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데 감포(甘浦)방향에서 밀려오는 안개를 들이 마시고 토해내는 듯하다하여 ‘토함산’, 문무왕이 석탈해(신라 4대왕)를 토함산 산신으로 좌정시키면서 탈해왕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이 있다. ▲ 정상에 자리잡은 산불감시초소 신라의 시조는 박혁거세로 시작하지만 4대 탈해왕 즉, 석씨성이 왕이 되고, 다시 박 씨가 왕위를 이어가다 9대 벌휴왕이 되면서 석씨가 3대 미추왕이 되기까지 왕권을 잡는다. 미추왕이 왕권을 잡기 시작하면서 박 씨와 석씨 왕권 다툼에서 최초 김 씨가 왕이 된다. 14대~16대 다시 석씨가, 17대 내물왕~52대 효공왕까지 김 씨가 장기왕권을, 그리고 박씨가 3대 집권하고 김 씨인 경순왕이 왕이 되면서 천년고도 신라의 왕권은 몰락하게 되면서 박씨는 10명, 석씨는 8명, 김씨는 38명이 왕이 되었다. 토함산을 그동안 정상을 딛지 못했다. 석굴암에서 감포를 넘어가면서도 번번이 스쳐가던 그 길을 내려놓고 토함산에 처음 올랐다. 오르는 산길에 사실 볼 꺼리가 없었다. 그냥 숲길을 따라 걷는 평범한 등산로가 고작이었다. 탁 트인 전망이 없어 답답했던 마음은 정상에 올라서고 그제야 조망을 할 수 있었다. 그 때 그뿐이었다. 돌아서면 다시 숲길이 이어진다. 보문로 골프장 언저리에서 올라오는 코스로 하산을 할 수 있지만 굳이 그 길을 따라 갈 이유가 없어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온 후 인근 풍력발전단지로 향했다. 경주 풍력발전단지 석굴암으로부터 약 2km 거리에 위치한 조항산 풍력발전기를 둘러보려면 불국사에서 석굴암을 따라 진행 후 석굴암 입구 삼거리에서 경주 감포 방향으로 넘어서면 경주 풍력발전단지로 향하는 산길도로로 이어진다. ▲ 경주 풍력발전단지
경주 불국사에서 석굴암을 거쳐 장항리사지로 가는 산 정상에 있는 조항산에 2012년 2월 부터 시작된 경주 풍력단지가 10월 완공되어 오늘날 경주의 숨겨진 드라이빙 코스로 알려져 있다. 풍력발전단지는 총 7기이다. ▲ 풍력발전단지에서 바라 본 장항리사지 전경 산길로 접어들어 약 1.4km 정도 오르면 전망대가 나온다. 계속 진행하면 토함산 자연휴양림을 지나 장항리사지 앞으로 다시 진입할 수 있지만 산길이 험한만큼 전망대에서 되돌아 나오는 것이 좋다. 끼니 해결을 위해 교동마을 '놋전분식'을 찾다. 음식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른 맛으로 느끼는 만큼 꼭 경주 녹전분식 집을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교동마을 계란말이 김밥과 이곳 놋전분식집(주차장: 경북 경주시 황남동 381)을 좋아라 한다. 여행길에서 잘 정돈되고 깔끔한 상차림을 원하는 여행객이라면 놋전분식집과는 거리가 멀다. ▲ 메뉴판. 주말에는 술을 팔지 않는다. ▲ 잔치국수 한그릇(4,000원) ▲ 파전(7,000원) ▲ 손질된 재료가 냉장보관 중이다. 노부부 두 분이 운영하는 만큼 가계는 낡고 허름하다. 주방도 오래된 흔적이 역력 할 만큼 위생적인 개념과는 조심 거리가 있지만 불결한 음식을 내 놓지는 않는다. 이곳의 많은 메뉴 중에서 국수와 파전이 으뜸이다. 두 사람이 찾아오면 국수 두 그릇에 파전하나 주문을 하는데 대부분 음식을 남긴다. 하여 이곳에서는 국수 한 그릇에 파전 하나를 시킨 후 그릇 하나를 더 요구하여 국수를 나눠 먹으면 딱 적당하다. 만약 허기를 미처 다 채우지 못했다면 교동마을로 들어가 교동계란말이 김밥 한 줄이면 다 해결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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