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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떠나가기 전 가볍게 배낭을 꾸려 범어사로 향한다. 경차가 진입해도 절간은 어김없이 주차비 3,000원을 받는다. 주차비가 아까운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정해놓은 경차 할인 혜택을 절간에서 깡그리 무시하고 사찰법이라며 일괄 징수한다. 주차를 한 후 곧장 범어사를 경유하여 원효암 방향으로 진입을 한다. ▲ 범어사와 계명봉, 장군봉 전경
해인사, 통도사와 더불어 영남의 3대 사찰중 하나인 범어사(梵魚寺)는 신라 제30대 문무왕18년(678) 의상대사에 의하여 창건되었다는 설과 홍덕왕 당시 세웠다는 설이 있지만 시대별로 연결해 보면 문무왕이 바다로 침입하는 왜구에 대항하기 위하여 창건, 홍덕왕 당시 중창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범어사는 오늘날 대한불교조계종 제14교구 본사(本寺)이다. 부산의 진산(鎭山) 금정산(金井山 802m)이 품은 범어사(梵魚寺) ▲ 범어사 삼층석탑(보물 제250호) 금정범어(金井梵魚) 즉, 이곳은 범어와 관련 그 창건설화가 전해진다. 부산으로 상륙하여 해적질을 일삼는 왜의 침입에 대비하고자 문무왕이 고심하는 와중에 현몽을 꾸게 된다. 금빛고기가 노니는 곳에 사찰을 세우라는 꿈을 꾼 문무왕은 당시 고승인 의상에게 명하여 부산일대를 둘러보니 금정산 정상에 범어가 노닐어 현몽에서 일러주신 그곳이라 범어사를 만들었다 한다. ▲ 범어사 대웅전(보물 제434호) 안내글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대웅전은 가람의 중심에 위치한 주불전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셨다. 대웅이란 법화경에서 사마에게 항복을 받아낸 큰 영웅이라 일컬은 데서 유래했다. 중앙에는 현세불인 석가모니불을 모시고, 좌우에는 각각 미래불인 미륵과 과거불인 재화갈라를 보살의 모습으로 모셨다. 현종 2년(1661) 조각승 희장이 제작한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도 보물 제1526호로 지정되어 있다. 대융전은 광해군 6년(1614) 묘전 화상에 의해 창건되었으며, 판석 기단의 명문에 따르면 지금 건물은 숙종 6년(1680)에 도대목 조헌 스님 등이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임진왜란 이후 유행했던 다포식 맞배집의 전형으로 동남해안지역 주불전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 범어사 삼층석탑(보물 제250호) 안내글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석탑은 불사리 신앙을 바탕으로 발생한 불교 특유의 조형물로서 흔히 대웅전 앞마당의 자오신상에 일탑 또는 쌍탑으로 배치된다. 사리는 부처님의 열반 후 대비의 과정에서 나온 구슬 모양의 유골로서 진신사리라고도 하며, 이를 봉안한 탑도 불전 내의 존상처럼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다. 범어사 삼층석탑은 비교적 규모가 작고 옥개석과 받침 면석, 우주 등이 간소화된 탓에 통일신라 말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범어(梵魚)란 금정산 동래현의 북쪽 20리에 있고 금정산 산마루에 세 길 정도 높이의 돌이 있는데 그 위에 우물이 있고 둘레는 10여 척이며, 깊이가 7촌쯤으로 물이 항상 고여 황금색을 이루며, 한 마리의 금빛 물고기가 그 속에서 노니 금샘이라 산 이름을 부르고 하늘나라의 고기라 하여 "범어"라 한 후 범어사를 만들었다고 동국여지승람에서 전하고 3.1운동 당시 안용운 선생이 범어사에서 범어사 학림의거 독립만세운동을 할 당시 전국에서 사용할 태극기를 만든 곳이다. 범어사 580살 노거수 '은행나무' 범어사 주차장 주변에 눈부신 레몬빛 은행나무 한그루 묵직한 세월의 향기 전하며 가을 예찬에 푹 빠져 있다. 범어사 은행나무는 580년 된 보호수이다. 나무둘레가 6.8m 이며, 높이가 25m 이다. ▲ 범어사 은행나무 암그루
범어사은행나무는 임진왜란 후 노승 묘전(妙全)스님께서 어느 갑부의 집에 있는 것을 옮겨 심은 것으로 수령이 약 580년 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나무의 은행이 열지 않아 3백 년 전에 절에서 맞은편에 은행 수나무 한 그루를 심어줘 그 후부터 한 해 약 30여 가마의 은행을 따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990년 땅벌을 쫒기 위해 연기를 피운다는 것이 그만 나무에 불이 붙어 아직까지도 불에 탄 자국이 남아있다. 원효암 탐방로를 따라 의상대로 향하다. 부산의 가을 마지막 뜨거운 절규가 들려오는 가을 산행을 시작한다. 범어사에 주차를 한 후 걸어서 북문방향 계곡 입구 암괴류에서 다리 건너 원효암(元曉庵. 부산 금정구 청룡동 525) 이정표를 따라 오른다. 만추의 계절을 즐기기 위해 약간의 수고를 기꺼이 한다. 범어사 북문 갈림길에서 원효암까지는 약 1.3km 구간이다. ▲ 원효암으로 오르는 오르막 구간 가을이 걸려있다. 범어사 암자 중에서 가장 열악한 조건을 갖춘 곳이 바로 원효암이다. 30여분이면 도착 할 거리지만 계속되는 오르막길과 어설픈 등산로가 발목을 잡는다. 그만큼 인적이 뜸한 곳이라 등산로가 잘 표시되어 있지 않은 너덜겅지대를 따라 오르기 때문이다. 의상대사가 범어사를 창건할 때 원효대사가 미륵암과 함께 세웠다는 곳이 바로 원효암이다. 스님들의 좌선 장소로 알려진 원효암(元曉庵)에서 의상대(義湘臺)에 오르면 지척인 금정구와 멀리 해운대구까지 조망된다. 능선 끝자락 돌출된 봉우리 주변으로 불쑥 돌출된 다양한 바위들이 서 있거나 서로 기대어 있는데 수 많은 사람들이 바위에 이름을 새겨놓았다. 의상대에서 곧장 금정산성으로 바라보면 돌출된 바위가 엄지바위, 용바위이다. ▲ 의상대 의상대는 금정팔경 중 한곳으로 금정산 최고 전망대로 알려져 있다. 범어사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은 반대편 계명봉과 이곳 의상대에서 조금 내려선 바위 전망지점 등 두 곳으로 가을이면 범어사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아는 사람만 가을이면 곶감 빼먹듯 찾는 최고의 전망지점이다. 범어사를 조망하는 최고의 조망지점 의상대에서 제일 고당봉 방향 안쪽 왼편 숲길을 따라 내려선다. 일부 등산객이 이용하는 좁은 등산로이며, 내려서는 길에는 조릿대를 헤집고 내려서야 한다. 의상대에서 약 50m 정도 길을 따라 내려서면 시야가 트이면서 암봉 지형에 도착한다. 그리고 암봉에 올라서면 너나없이 탄성을 지른다. 그리고 오랫동안 잊지 못할 풍경을 담기 시작한다. ▲ 계명암이 자리잡고 있는 계명봉 전경 숨을 쉴 것 같다. 가슴 탁 트이는 조망과 함께 풍요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꾸밈없는 자연 그대로의 거친 숲과 능선 , 작은 몸집으로 노래하는 새소리가 그침이 없는 숲은 삶의 속도를 더디게 만든다. 명산이란 순번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노력한 만큼 올라 조망하는 자연이 주는 선물에 감사하여 즐기면 그곳이 바로 명산이 아닐까 싶다. ▲ 대성암 전경 ▲ 계명암 계명암은 관음기도 약사여래 기도도량으로 알려져 있다. 일주문에 사천왕상이 반겨주지 않아도 문턱을 넘어서면 경건함이 자연스레 옷깃을 여미게 한다. 해수관음보살입상 그리고 비를 피해 기도를 할 수 있도록 해 놓은 법당을 뒤로하면 가을날 온산을 불태우는 추색이 아름다운 모습이 펼쳐진다. ▲ 지장암 ▲ 범어사와 함께 오른쪽 계명봉, 왼쪽이 장군봉이다. ▲ 청련암 범어사 청련암(梵魚寺 靑蓮庵)은 범어사로부터 계명암으로 향하는 입구에서 만나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4교구 범어사 산내 암자 중 한 곳이다. 청련암의 창건에 관하여 알려져 있는 기록이 없지만 숙종 35년(1709) 신주 대사(信珠大師)가 중창하였다 하며, 3.1 운동 당시 부산 지역 본거지였다 한다. ▲ 범어사 경내 전경 ▲ 내려다 본 범어사 ▲ 금강암 산중암자 중 가장 경치가 좋은 곳이며, 세심교를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모든 현판이 한글로 되어 있는 특별하고 친근한 공간이다. 금강암(金剛庵)은1803년 취규선사(就奎禪師) 창건하였으며, 1863년 응허(應虛)화상이 중건, 1899년 영남 최초의 선원을 개설하여 영남 선원 시효가 된 곳이다. ▲ 금정산 고당봉 방향 전경 ▲ 장군봉과 계명봉 ▲ 계명암 계명봉 ▲ 대성암 범어사 대성암에 관한 창건의 역사는 알 수 없다. 대성암에 관한 기록으로 순조 3년(1803) 범어사 금강암과 함께 중창사업을 한 기록이 있어 그 이전에 창건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 범어사 진입 매표소 구간 전경 ▲ 등나무 군락지 가을 전경
유서 깊은 고찰 범어사를 중심으로 고당봉(801.5m), 장군봉(734.5m)), 계명봉(602m)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가을 산하 대자연이 그려내는 무르익은 가을빛이 알록달록 울창한 숲 그리고 불심이 깃든 암자들이 숨박꼭질하듯 숨어 풍경의 절정을 그려내고 있다. 범어사를 중심으로 내원암, 청련암, 계명암, 대성암, 지장암, 금강암을 조망할 수 있다. 내려서면서 혼자보기 아까운 풍경, 가을 계절의 색이 사그리 사라져 버리기 전 계절의 끝자락에 서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듯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이 계절은 서서히 다음 계절을 향해 내 딛고 있는 계절의 항변이요, 절규다. ▲ 감 홍시를 따 먹는 직박구리 ▲ 벌레를 잡고 있는 오색딱딱구리 송두리째 마음을 앗아가 버린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발 밑 펼쳐지는 탁월한 조망과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장쾌함은 내장산에서 내려다보는 황홀한 가을 풍경과 비겨도 전혀 손색이 없지만 가을은 짧다. 우물쭈물하다가는 겨울의 문턱 앙상한 잎사귀 매달려 있는 겨울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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