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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날, 구수한 된장을 품고 있는 장독이 모여 도란도란 속삭이는 논산 명재고택을 향해 길을 열었다. 여느 고택과는 달리 담장이 없는 명재고택에 후손이 장독을 된장으로 하나 하나 채워내면서 그 모습이 매우 한국적인 분위기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 언덕에서 명재고택을 바라보고 있는 소녀
논산시 노성면에 위치한 명재고택(明齋古宅)은 중요민속자료 제190호로 지정된 윤증(尹拯) 선생의 고택으로 알려져 있다. 명제고택은 풍수지리 배산임수 원칙을 따라 집 앞에 네모난 연못을 조성하고, 독특하게 대문이 없다보니 굳이 담장을 쌓아 경계를 두지 않았다. ▲ 명재고택 사랑채 전경 명재고택은 1709년에 윤증 선생의 둘째 아들과 제자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집이지만 윤증 선생은 과분하다며 4km 떨어진 위치에 있는 초가집에 기거를 하였다 한다. 조선 숙종(재위 1674-1720) 당시 학자, 사상가 출신 윤증(尹拯. 1629∼1714)이 기거하던 곳으로 윤증선생고택이던 곳을 호를 따서 ‘명재고택(明齋古宅)으로 2007년부터 불렀다. 윤증은 한때 소론의 영수가 되었으며, 임종 당시에는 우의정에 제수되었으나 사직하고 판중추부사로 전임되었다가 사망하였다. ▲ 사랑채 앞 담장 위에 조성된 석가산 조형물 ▲ 명재고택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우물터 전경 사랑채에는 금강산 무릉도원에 있는 집이란 뜻의 도원인가(桃源人家) 편액이 걸려 있다. 금강산이 지척에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편액을 내걸고 있는 걸까? 사랑채 누마루에서 창문을 열고 댓돌을 내려다보면 석가산(石假山) 즉, 돌로 만든 돌산을 만나는데 바로 금강산을 옮겨 놓았다 한다. 석가산은 한국정원의 특징으로 연못 내 조성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곳은 사랑채 대돌 위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석가산 아래 마당에는 무물을 조성하고 우물 주변에는 물을 정화시켜 준다고 하는 향나무를 심어 물맛을 지키고 있다. 명재고택에는 처음부터 대문이 없었던 것일까? 솟을대문이 있었다 한다. 노론과 소론으로 정치가 혼탁하던 시절 윤증선생은 소론의 영수가 되자 노론은 명재고택 옆에 향교를 이전하여 집안 동태를 살피게 되자 그냥 모든 것을 다 보여주자며 솟을대문과 담장을 허물어 버렸다 한다. 명재고택은 단아하고 소박하며 절제된 19세기 양반집 건축양식을 만날 수 있다. 산과 집의 경계에는 400년 이상 된 느티나무가 고즈넉한 풍경을 그려낸다. 대문이 없어 굳이 출입을 통제하지는 않겠지만 탐방객은 스스로의 방문 예의가 필요하다. 특히 후손이 기거하는 고택방문은 아니온 듯 다녀가야 한다. 눈 내리는 날 방문하였는데 언덕에서 다소 소란스러웠다. 문제는 가지 말아야 할 공간을 남들과 달리 한 컷 더 담기위해 접근하는 카메라를 든 사람과 이를 말리는 후손의 모습이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문화재이니 당당하게 사진을 담겠다는 카메라를 든 사람과 기거하며 그 피해를 고스란히 보는 후손의 입장이 충돌하는 곳이기도 하였다. 앞서 방문했던 쌍계사에서 안내글 하나가 유독 눈에 띄었다. ‘ 무례한 카메라 촬영을 하지 말라는 것’ 카메라를 들면 마치 자신이 모든 걸 렌즈에 담을 수 있다는 착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명재고택은 장독 내 진입을 불허한다. 장독 위 언덕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무너져 내리지만 나만 찍고 보자는 심리, 고택에 머무는 후손은 추운 아침부터 찬바람에 언덕에 올라서서 제발 가지말라는 곳에는 출입을 하지 말라며 당부한다. 눈은 내렸지만 장독위 원하는 만큼 쌓이지는 않았다. 추위에 떨며 기다리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하였고, 장독대 접근을 지키던 후손은 찾아온 방문객에게 따끈한 차 한잔을 내어와 나눠준다. 사람과 사람이 사는 공간을 무례하게 카메라에 담는 방문객에게 조금은 예의를 갖춰 달라고 말하고 싶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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