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내간판 사진(드라마 미스터션사인 한장면)
▲ 샛노란 가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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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럭바위 다리놓고 정자를 짓다 무료 주차장 : 경북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 1127-85 |
조선 초 대사관을 지낸 김계행(金係行 1431년(세종 13)~1517년(중종12)) 선생이 낙향하여 71세가 되던 해 지은 정자 “만휴정(晩休亭)”을 찾아 길을 열어본다. 김계행 선생의 자는 취사(取斯), 호는 보백당(寶白堂), 시호 정헌(定獻)이다.
▲ 물 소리가 고요한 송암폭포 전경
1447년 진사를 시작으로 성종 11년(1480) 사헌부감찰을 거쳐 고령현감, 홍문관부수찬의 요직을 지내고 연산군 4년(1498) 대사간에 올랐지만 연산군 폭정에 벼슬을 내려놓고 그의 나이 일흔한살이 되어 풍산 소산으로 내려와 설못 주변 쌍청헌(雙淸軒)이라는 정자를 짓고 후학을 가르치며 만년을 보내려 하였지만 길옆에 위치하여 번잡을 피해 소산에서 47km 떨어진 길안 묵계로 옮겨 송암폭포 위 정자를 지은 후 저물 만(晩), 쉴 휴(休) 만년에 휴식을 취한다는 '만휴정(晩休亭)'으로 개명하였다.
▲ 너럭바위에 새겨진 글
너럭바위에 새겨진 ‘吾家無寶物 寶物惟淸白(오가무보물 보물유청백)’ 즉, ‘내 집에는 보물은 없지만 보물로 여기는 것이라면 청렴과 결백뿐이라네’ 바로 안동 만휴정(晩休亭) 주인인 조선 초 문신 김계행 선생의 당시 참담했던 심정을 새겼을 의미심장한 이 공간을 최근 ‘미스터션샤인 촬영지’로 알려지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가을 문턱 폭포를 보여주겠다더니 어찌된 폭포가 물소리조차 내지 않으냐고 한다. 오늘 찾아가는 여행지는 안동시 여행정보에도 소개되지 않는 너럭바위 타고 흐르는 계곡물에 달빛조차 흔들림이 없는 그야말로 조용한 옛 정취를 자아내는 공간이다.
▲ 만휴정과 만휴정으로 건너가는 외나무 다리. 현재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173호로 경북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 1081(묵계하리길 42)에 위치하고 있는 만휴정은 너럭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듯 수직 하강하는 가장 긴 물줄기를 자랑하는 송암폭포 상단부 오른편에 계곡을 향해 문을 열고 길을 내 놓은 독특한 만휴정을 만나게 된다.
▲ 대부분의 연인들이 외나무 길에서 앉거나 서서 인생샷을 만드느라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린다.
방문객이 담장 너머 마루에 걸터앉아 있는 집주인을 넌 저시 볼 수 있을 만큼 오가는 길목에서 담장너머 공간이 훤하게 보인다. 자연풍경과 어우러져 있을 공간이라면 굳이 담장을 만들 이유가 없어 보이지만 송암폭포 낙수소리를 적당하게 차단하여 공간 내 대화를 방해받지 않는 방음 효과를 위함이 아닐까 추정해 본다.
만휴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홑처마 팔작지붕을 올린 개방형 누마루 형식 정자 형식으로 건물 동쪽 방 앞 편액은 持身謹愼 待人忠厚(지신근신 대인충후) / 겸손하고 신중하게 몸을 지키고, 충실하고 돈후하게 사람을 대하라. 서쪽 방 앞 편액은'吾家無寶物 寶物惟淸白(오가무보물 보물유청백) 우리 집에는 보물이 없다. 보물이 있다면 맑고 깨끗함이다“라는 유훈을 내걸고 있다.
계곡 건너 공간을 잇는 길은 아치형 돌계단도 아니고, 중간 중간 디딤돌을 놓은 형식도 아니다. 짧지 않은 계곡을 통나무 서너 개 묶어 긴 계곡을 가로질러 놓았다. 자연과 더불어 살기위해 가급적 훼손하지 않는 노력인지 딱히 방법이 없어 그리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인근 영주 무섬다리 일부를 옮겨 놓은 듯하다. 담양 소쇄원은 자연의 계곡을 자신의 담장 안으로 끌어다 놓았다면 만휴정은 계곡과 담장을 촘촘히 쌓아 공간을 나누고 있다.
김계행의 후손 김양근의 만휴정시를 통해 만휴정을 찾지 않아도 눈 감으면 충분하게 그려 낼 수 있는데 “ 層層授急水 층층이 급하게 내린 물이 / 滙處自成釜 모여든 곳이 절로 가마소 되었네. / 十丈靑如玉 푸른 옥 같은 물이 열 길이나 되어 / 其中神物有 그 가운데 신령스런 사물이 있을 듯하네. / 爆淵猶或有 폭포 밑에 연못이야 더러 있으나 / 盤石最看大 바닥에 서린 바위 가장 커 보이네. / 白白如磨礱 희디 흰 것이 갈아낸 듯한데 / 百人可以坐 가히 백 명은 앉을 만하네. / 鑑前三釜燒 난간 앞으로 가마소 셋이 둘러 있고 / 詩興翼然亭 시적인 감흥은 정자 추녀처럼 일어나네. / 爛漫花爭笑 활짝 핀 꽃들은 저마다 웃음을 다투고 / 一山盡醼形 온 산은 모두 잔치하는 형국일세.”라며 표현을 하고 있다. 계곡에서 내려다보면 만휴정 마루바닥까지다 보이지만 계곡을 따라 담장을 둘렀다. 만휴정에 걸터앉으면 폭포가 보이는 것도 아니요, 구름이 걸린 산봉우리가 보이는 것도 아닐 만큼 앞이 막혀 있으며, 계곡 바위에 ‘보백당만휴정천석(寶白堂晩休亭泉石)’ 글씨를 새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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