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번국도 매전교삼거리 앞 동창천에 민물가마우지뗴가 몰려들었다. 가마우지가 인기척에 놀라 날아오른 벼랑 위 작은 건물 2채가 단풍속에 숨어 있는데 바로 그곳이 청도 삼족대이다.
▲ 기묘사화로 관직을 잃고 낙향하여 빗물 한 방울도 허투로 흘러 보내지 않는다는 동창천 암벽 위 소나무 숲에 정자를 지어 후학양성에 노력하며 지냈던 한국형 정자로 그의 호 삼족당을 따서 삼족대라 한다.
▲ 동창천 위 삼족대 전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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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 정자 '동창천 삼족대' 경북 청도군 매전면 청려로 3836-13 |
김대유(1479∼1551)는 문신출신으로 정암 조광조의 문인으로 연산군 4년(1498) 무오사화가 일어나자 숙부 탁영 김일손이 처형되면서 부친인 동창 김준손과 함께 호남으로 유배길 에 오른다. 조정 출사의 꿈이 일순간 무너져 버린것이였다. 중종 1년(1506)이 왕으로 오르면서 귀향에서 풀려난 김대유는 다음해인 중종 2년(1507) 장원급제로 진사에 등용되지만 고향으로 내려왔고, 중종 13년(1518) 조광조의 건의로 현량과가 설치되고, 어수선한 조정에서 새로운 인재 등용을 바라던 중종에 의해 향리에서 천거되어 전생서 직장을 거쳐 중종 14년(1519) 현량과 병과로 급제 여러 직책을 거쳐 정언에 오르자 이를 사직하고 칠원 현감이 되었지만 그해 조광조가 임금이 될 꿈을 꾼다는 소문과 함께 나뭇잎에 꿀로 주초위왕이란 글을 벌레가 파먹도록 한 후 이를 임금에게 보여주면서 조광조와 그를 따르던 사람이 죽임을 당하는 기묘사화로 인해 현량과가 폐지되고 급제자를 취소하자 현감직 마저 내놓고 낙향하여 후학 양성에 전력하며 지냈는데 중종이 죽고 인종 1년(1545) 직책이 복과되어 조정에서 부르니 왕명을 받들어 먼 길을 가다 중도에 병이나 다시 돌아와 은거하다 명종 7년(1552) 2월 74세로 졸했다.
남명 조식(1501~1571)선생은 김대유를 백가지 재주를 지니고 있지만 세가지 재주에 만족해 삼족당이라 부른다며, 무예가 출중하며, 운문산 주변 말을 달리며 사냥도 즐기는 호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남명 조식이 김대유를 읊은 시로는 天上雲門曲, 人間鹿門客, 傍觀百具足, 自得三爲畫 즉 하늘 위의 운문곡조에 땅위의 큰 인물이 김대유(金大有) 곁에서 보니 백가지 재주를 갖추었는데 스스로 세가지에 만족하고 있구나“라며 그의 재주를 아까워하며 세상을 덮을 영웅이라 하였다.
기묘사화로 정치판은 요동쳤고 김대유는 고향으로 낙향하였다. 당시 낙향하면서 비통한 마음을 스스로 달래며 내려와 탁 트인 전망을 배경으로 물이 맑아 맑은 청(淸)을 사용하여 지명이 청도인 동창천 암벽 위 정자를 짓고 은둔생활을 시작하였을 것이다.
어쩌면 다시 현량과가 부활하여 조정으로 부르는 그날을 기다리며 긴 세월을 초야에 묻혀 지내기로 작심을 하였을 수도 있다. 호는 삼족당으로 "나는 60세가 넘었으니 壽(수)에 足(족)하고,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도 할 만큼 했으니 榮和(영화)에도 足(족)하고, 朝夕(조석)으로 식사도 남 못지않게 할 수 있으니 食(식)에도 足(족)하다. 그러니 나의 號(호)를 三足堂(삼족당)이라 하리라“ 하였다 한다.
시대가 바뀌었다. 중종시대가 끝나고 인종시대가 열리면서 복과되는 기쁨을 누렸지만 이미 세월이 너무 많이 흐른 탓에 먼 길을 단숨에 가지 못하고 병을 얻어 가던 길을 멈추고 되돌아 올 때 그는 세상의 허무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 경북문화재자료 제189호 삼족대 그리고 1973년 세운 김대유 신도비와 참봉 김용희의 중수기문이 있다. 조선 중기에는 조식, 박하담, 주세봉 외 여럿 문인이 강론하던 장소로 이용된 곳이다.
삼족대는 정면 3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을 하고 여느 다른 정자와는 달리 사방으로 토담을 쌓고 정자로 들어서는 일각문과 2칸의 방, 부엌, 우물이 있어 일반 사가처럼 보이지만 한국적 미를 두루 갖춘 정자로 알려져 있다.
삼족대와 함께 이곳에 또 하나의 인물로 사림파가 무오사화를 통해 죽임을 당하던 시기 낙향한 인물 소요당 박하담이 있다. 비슷한 정치인생을 걸어온 두 사람은 이곳 삼족대 아래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빈 낚싯대 드리우고 보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이 두 사람을 두고 조선시대 청도의 양대 기둥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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