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동피랑을 가다.
무더위는 각오해야 한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고단한 사람들 한숨소리 위로하며 오르내리던 골목길이 이제는 삼삼오오 모여 소담한 이야기를 나누며 좁아지는 골목길을 돌아 오르는 탐방객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여행지가 바로 통영 동피랑이다.
▲ 통영항에서 바라 본 동피랑 전경
동피랑 언덕에 올라서면 보이는 건 눈이 시릴 정도의 바다와 하늘 그리고 고스란히 와 닿을 것 같은 생동감 넘쳐나는 선창가 전경이 시선 가득 들어온다. 여름 열기가 물씬 몰려드는 동피랑 소박한 풍경 사이로 습한 해풍이 불어와 지난날 이야기를 쏟아 낸다. 아주 오랫동안 잊혀 있던 사소한 이야기가 골목을 누빈다.
▲ 동피랑 지도
한때 통영 어항을 바라보고 있던 산동네 동피랑 철거 계획이 수립되었다. 근대화로 가는 당연한 수순으로 항구를 통해 어렵게 임시거주지로 활용했던 산동네는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 할 필요가 있었던 그 언덕을 두고 개발보다 통영의 몽마르뜨 언덕으로 재발견을 위해 벽화사업에 나섰다.
▲ 동피랑 벽화
▲ 동피랑 골목길
겨우 사람의 어깨를 비켜 갈 좁은 공간을 따라 다닥다닥 붙은 건물의 담장에 2년마다 공모전을 통해 새로운 동피랑 벽화를 그려 나갔다. 2008년 민관포럼에서 행안부장관상인 최우수상과 전국 마을 만들기 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동피랑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역사와 문화가 꿈틀 꺼리는 동피랑으로 많은 탐방객이 언덕길을 따라 오른다.
▲ 동피랑에서 만나는 추분커피 한잔.
동피랑을 찾기 위해 강구안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동피랑 언덕배기를 따라 오른다. 차량을 이용하여 동피랑 언덕길을 오를 수 있지만 많은 탐방객으로 인하여 도로 폭이 좁다. 이왕 걷기 위해 찾은 동피랑이니 중앙시장을 출발하여 헐레벌떡길을 지나 미로를 빠져 가듯 언덕을 오르면서 벽화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 정상에서 만나는 동포루는 기념물 제106호로 통제사 윤천뢰(조선 숙종 4년(1678))가 쌓은 성이다.
동피랑은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동포루가 있던 옛 성터 동쪽입구로 언덕 동쪽에 있는 벼랑을 뜻한다. 일제강점기 당시 통영으로 먹고살 기위해 몰려온 외지인은 묵을 공간이 필요했고 뱃길 나서기 좋은 항구 가까운 언덕에 성냥갑만한 집을 짓고 항구를 내려다보며 꿈을 키워가며 살았던 50여 채의 집은 생각보다 제법 넓은 마을길을 두고 손바닥만 한 지붕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 통영항 전경과 주차장
▲ 동피랑 언덕에서 만나는 벽화
지금 만나는 동피랑 벽화는 2014년 3월15일~3월 30일까지 접수를 거쳐 2014년 4월 25일 ~ 5월 1일까지 벽화를 제작하여 5월 2일 “소박함과 친근함‘ 컨셉을 바탕으로 한 벽화가 담장을 따라 그려져 있다. 동피랑은 단순한 여행공간이 아니다. 마을협의체를 만들고 동피랑에서 만나는 소박한 가계와 구판장의 운영 수익금이 주민에게 분배되는 형식으로 운영되어 탐방객 역시 주민과의 작은 소통을 할 수 있는 곳이다.
|
골목을 따라 오르면 전봇대 하나에 어지럽게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는 전선 그리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에서는 통영 앞 바다를 한눈에 바라 볼 수 있다. 배를 타고 바다로 향한 지아비가 무사하게 만선의 깃발을 앞세우고 항구로 돌아오는 모습을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동피랑이다.
동피랑은 태평, 중앙, 정량, 동호 등 4개의 마을로 2007년 중앙과 동호에 벽화를 우선 그리기 시작하여 오늘날 동피랑 전역 골목에서는 다양한 벽화와 지역 사투리 낙서를 만날 수 있다. 동피랑은 동쪽 끝자락에 있는 벼랑이란 순 우리말로 다정다감하다.
▲ 할머니 바리스따~~ 들어나 봤나 마셔나 봤나~
▲ 몽마르뜨? 아니아니~~ 몽마르다 언덕에서 커피 한잔 하고 사이소!
“이야. 내는 요새 도이 없어나이 잠바 개춤도 빵구가 나고, 자꾸도 고장나고 만날천날 추리링 주봉에 난닝구 바람으로 나 댕긴다 아이가.”
동피랑은 예 통영시 관광책자에도 없어 예.. 그냥 통영으로 와가꼬 남망산 공원으로 오면 맞은편 언덕이 바로 동피랑인기라 예.. 동피랑을 여행할라몬 항구에서 먼저 충무짐빱을 사가꼬 동피랑 언덕을 따라 기리노은 벼룩빡 기림을 보면서 골목골목 이잡듯이 뒤집다 보면 언덕이거던 예.. 그기서 짐빱 묵고 항구쳐다보고 바람쐬우고 가이소.. 차 가지고 좁은 골목까지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말함니더...항구 앞에 주차장있는데 고기에다 팍 박아두고 걸어서 오이소 예.. 조용하던 마을이 시끄러서 죽겠심더..
“너랑 나랑 사랑하는 할배할매랑 살랑살랑향기바람속 꿈의 언덕 동피랑으로” 과연 동피랑은 꿈이 있는 곳인가. 그저 벼르빡에 기리노은 기림 때문에 입소문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부산하게 소란을 떨다 저녁이면 물 빠지듯 사라지는 그저 기림을 볼라꼬 동피랑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놀이터는 행여나 아닌지.
언덕길을 따라 오르면 왠지 화려한 채색 뒤편 가슴 찡한 서러움이 울컥 밀려드는 건 왤까. 언제부터 잘 살아 겨우 산 입에 풀칠하기 위해 꾸역꾸역 몰려들어 벽돌담에 쓰레드 몇 장 올리고 살았는데 미관환경이 안 좋다는 이유로 철거될 신세에 놓였던 동피랑 언덕.. 그래도 온당에 올라 채리보이 토영항 갱치가 참말로 쥑이네요 그려..
중앙시장에서 옛 충무김밥 한 봉지 사들고 언덕길을 올랐다. 시장에서 폴딱 꺼리는 괴기로 회도 떠 묵고, 써언한 매운탕에 밥도 무이 배도 부른께 다리품 팔아 감시로 댕기 볼 요량으로 언덕뻬기 오르니 “새끼 오이소! 동피랑 몬당까지 온다고 욕 봤지예! 짜다리 별 볼 끼 엄서도 모실 댕기드끼 어정꺼리다 가이소!” 글귀가 눈에 띈다. 그래 왔지예 모실 댕기로 억쑤로 멀리서 충무김밥 한 봉지 들고 예.
통영항에서 가만 살펴보면 배 선채 색상이 노랑색으로 칠해져 있는 배가 있다. 노랑색의 의미는 해당 선박은 바다 밑 물밑 작업을 하는 잠수사가 있는 배로 주변 접근을 금지하는 의미이다. 잠수사의 공기호스가 자칫 다른배로 인하여 꼬이거나 흔들리면 아래에 있는 잠수사의 생명은 위태롭기 때문이다.
▲ 경매를 기다리는 해삼. 통속에 무게를 저울질 한 중량과 이름이 적혀 있다.
▲ 큰 놈 하나로 딱!
▲ 자연산 소라
▲ 자연산 멍개
바다속에서 건져 올린 해삼, 명개, 전복, 고동이 경매를 기다린 채 고무통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 해저바닥에서 건져올린 수산물은 따로 경매되는데 통영항에서 해저터널 가는 길 왼편 해저 경매코너에서 오후 5시 진행되었다. 경매사 특유의 외침이 들려오고 외침의 긴 말꼬리가 어판장에 흘러 나오기 무섭게 중개인의 손은 재빨리 움직인다. 그리고 낙찰되는 과정을 거친다.
경매장을 떠나 허기를 달랠겸 동피랑 아래에 있는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 중앙시장 4길
▲ 삼만원~~
▲ 요놈 꼼장어로 결정! 즉석에서 껍질을 벗기고 2층으로 올라가서 양념비 주고 먹어면 된다.
중앙시장을 끼웃꺼려 본다. 팔딱 꺼리는 생선을 담은 소쿠리를 내밀며 삼만원에 줄테니 사 가라며 흥정을 유혹한다. 이름도 모르는 생선부터 다양한 횟감이 눈에 들어오지만 오늘은 통영 특유의 꼼장어 구이를 위해 시장에서 꼼장어를 사서 2층으로 올라갔다.
▲ 통영 꼼장어 구이
통영 꼼장어 소금구이는 특별한 양념이 첨가되지 않는다. 적당한 크기로 썰어 소금을 뿌리고 구워내는데 그 맛이 특별하다. 특히 꼼장어를 잘 아시는 분이 꼼장어 껍질을 함께 요리해 달라하였더니 그 맛 또한 특별하였다. 동피랑을 여행하고 통영을 여행하면서 좀 색다른 맛에 빠져보면 어떨까 추천하고 싶다. 단, 가격이 만만치는 않다.
▲ 꼼장어 소금구이
▲ 꼼장어 껍질 구이
거친 숨소리로 골목을 누비며 사람사는 이야기를 염탐하면서 어느순간 바람과 구름처럼 한가롭게 걷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별한 풍경도 없고 두 팔 벌려 반겨주는 이들도 없는 동피랑 언덕은 고달픈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골목에서 만나는 근심에 젖은 사람도. 문을 열어두고 심심풀이 화투장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면서 지난 애끊는 만고의 시름을 떨쳐 버리고 벽에 그려진 화려한 색상처럼 아름다운 인생을 즐기는 듯 하다.
즐거운 여행 하시길 바랍니다.
'2015년 이전여행 > 05월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산 울주] 슬도에서 대왕암공원까지 길을 걷다. (0) | 2014.05.23 |
---|---|
[경남 창원] 마산 현동마을~사귱두미마을 (0) | 2014.05.22 |
[부산 남구] 부산남구 UN평화문화특구를 거닐다. (0) | 2014.05.20 |
[경남 창원] 장미공원에서 사랑에 빠져들다. (0) | 2014.05.18 |
[경남 함안] 에코싱싱 마라투어 꽃양귀비 피어난 길 (0) | 2014.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