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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트레킹 - 경남 양산 원효암에서 천성산을 오르다.

허영꺼멍 2016. 5. 1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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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없는 5월 천성산 화엄벌

| 여행일자 : 2016년 05월 12일

 


원효암 주차장 - 옛 군부대 나데크길 -  천성산 제1(원효산) - 화엄벌 지킴이 - 원효암



▲ 천성산 제1봉 정상석

▲ 천성산 옛 군부대 임도를 따라 오른다.

천성산 철쭉이 떠나가는 계절

경산남도 양산시 상북면 대석리 1-1번지

★★★★☆




감기 기운에 몸살에, 일주일이 피곤하였다. 오월 연휴에 무리했던 것이 화근인지 아침부터 몸이 부실하여 가볍게 배낭을 꾸려 천성산 원효암에 다녀오기로 하고 길을 따른다. 매년 봄 5월이 되면 첫 주 어김없이 찾아 오르던 천성산을 올해는 약 1주일 정도 늦게 산을 찾았다.


▲ 원효암 주차장으로 부터 임도따라 오르는 구간 조망


오늘의 코스는 몸 상태가 약간 부실하여 천성산 원효암 주차장을 시작으로 옛 군부대 나무데크길 천성산 제1봉 정상 화엄벌 감시데크 원효암을 거쳐 오는 짧은 동선을 잡았다. 대략 3시간이면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이다.



천성산 원효암 임도를 따라 오르다.


군부대가 있을 당시 차단기를 내려 차량을 통제하였다.

약사암 입구에 위치하고 있는 차단기.


천성산 화엄벌 철쭉 여행은 평소 산을 잘 오르지 않는 가족단위 여행객도 잠시 짬을 내어 다녀 갈 수 있을 만큼 거리가 좁혀졌다. 천성산(922m)을 찾기 위해 양산IC에서 하차하여 35번 국도를 따라 상북농협 그리고 덕운육교를 지나 홍룡로에 진입 후 약 200m 진행하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갈림길에서 원효암으로 가는 미니버스를 탑승할 수 있으며, 약사암을 거쳐 승용차로 진입을 할 수 있다. 환성ENG 공장 옆 산길(네비입력 : 경남 양산시 상북면 소토리 산 42-1)을 따라 오르면 된다.



군부대 진입로 입구에서 옛길로 돌아 오르다.


▲ 군부대 오르막길을 돌아기가로 결정하고 옛 다리를 건너 완만한 숲 능선길로 접어든다.

▲ 언덕 위 보이는 곳이 천성산 제1봉 정상이다.


군부대 입구에서 잠시 망설인다. 무더운 날씨 옛 군부대 아스팔트 냄새를 피해 오르기 위해 산길을 택하여 잠시 돌아가기로 한다. 등산로가 통제되기 전에는 나무다리를 건너 다녔던 곳이지만 지금은 화엄벌로 향하는 구간이 닫혀 다시 돌아와야 하는 번거로운 등산로가 되었다. 꼭 빨리 가야 할 이유가 없고하여 돌아서 가기로 결정하고 숲으로 뛰어든다.


군부대 나무데크길을 따라 이동하다.


▲ 유실되거나 제거되지 않은 지뢰로 인하여 지정된 등산로를 절대 벗어나면 안된다.


군부대로 오른다. 원효암으로부터 옛 군부대 임도를 따라 계속되는 오르막이 시작된다. 무더운 햇살에 아스팔트 녹는 냄새가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그리고 얼마나 올랐는지 기억도 없을 무렵 천성산 정상에 위치한 습지보호구역에 도착한다. 정확하게 말하지만 군인이 머물던 곳이 습지구간이었고, 군인이 철수한 이후 다시 습지로 되돌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정상 습지구역은 정상으로 향하거나 무지개 폭포로 내려서거나 하는 등산로만 열어두고 있다.


▲ 주변이 정상에 위치한 천성산 늪지구역으로 현재 데크 외 접근을 할 수 없다.

  

습지구간을 가로질러 전망대까지 나무데크가 시원스럽게 뻗어 있다. 습지를 다시 복원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노력이지만 나무데크 그 자체도 산에서 걷어 내면 어떨까 싶다. 아스팔트 구간이 끝나고 나무데크와 야자수 양탄자길을 따라 걷다보면 정상이다. 정상을 딛는 그 순간까지 나무데크와 안내로를 따라 온 것이다. 산이 주는 대지의 기운을 느껴 볼 틈도 허락하지 않으려는 듯 원효암에서 정상까지는 동네 뒷산보다 못한 산책길이다.


천성산 정상에 오르다.


▲ 천성산 정상석


화엄벌은 천성산 제1봉인 원효봉 정상 오른쪽에 펼쳐진 광활한 평원이다. 천성산 정상석이 있는 곳은 본래 원효가 설법한 곳이라 하여 원효산으로 부르다 20005월 천성산과 원효산을 통합하여 원효봉을 천성산 제1봉으로, 비로봉을 천성산 제2봉으로 고시하였다. 화엄벌은 산중 차가운 이슬이 흘러들어 형성된 습지로 봄이면 철쭉이 능선을 따라 불태우고, 가을이면 은빛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정상에 올라서면 삭막한 공간을 만난다. 군부대가 머물던 곳에는 작고 볼품없던 정상석이 사라지고 새로운 정상석이 자리 잡고 있다. 오월 중순으로 향하는 계절은 오월 첫 주 산자락을 붉게 수놓던 철쭉은 모두 지워내고 있었다. 앙상한 억새 사이 용케 몇몇 철쭉이 피어나 봄을 수놓을 뿐이었다.


철쭉이 해거리를 한다는 사람부터 날씨가 이상하여 얼어 버렸다는 사람까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사실상 올해는 철쭉 여행을 접어야 할 만큼 꽃피는 시기에 굵은 빗방울과 태풍에 버금가는 강풍이 불어 꽃을 전부 떨구어 버렸고, 그나마 버틴 철쭉은 꽃잎이 찢겨져 버린 탓에 철쭉을 본다는 것이 사실상 무리한 한해가 아닌가 싶다.


화엄벌로 내려서다


▲ 화엄벌로 내려서면 만나는 탐방길


화엄벌이 기다리고 있다. 탁 트인 화엄벌은 산중에 자리한 늪지이다. 다양한 늪지 식물과 동물이 확인된 곳에는 듬성듬성 철쭉이 자리 잡고 봄을 만끽하고 있다. 점점 철쭉의 군락지가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 화엄벌에는 큰 나무가 없다. 산 정상에 도착하면 드넓은 초원이 끝없이 펼쳐진다. 온전한 나무 한그루 만나기 힘든 초원지대는 안개비가 만들어 낸 습지가 형성되어 있고 그 속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가고 있으며,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가을이면 억새의 향연이 펼쳐진다.


▲ 화엄벌 내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구역


화엄벌은 25만평 규모에 이르는 산 정상아래 능선지역에 위치한 독특한 습지로 1999년 고산습지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2002년 환경부에서 화엄늪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울타리를 치고 일반인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 화엄벌에서 만난 등산로 지도


누군가의 손길에서 지독한 산 사랑을 느낀다. 부산, 경남 많은 등산객이 즐겨 찾는 천성산을 등반하다보면 이정표 설치가 사실 필요한 곳에 없다는 것을 초보 등산객은 절실하게 느낀다. 화엄벌판에서 어느 방향으로 길을 잡아야 원효암으로 향하는지 어디를 둘러보아도 이정표가 없다. 그런데 화엄벌 화엄습지 접근을 막는 울타리에 누군가 안내지도를 꼼꼼하게 적어 놓았다. 누군지 몰라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원효암으로 향하다.


▲ 화암벌에서 원효암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연초록 전경


화엄벌에서 원효사로 향하는 길목에서 이정표 확인을 잘 하여야 한다. 화엄벌 정상으로 향하는 억새숲 갈림길에서 오른편으로 두 갈래의 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위쪽으로 난 길을 따라 이동해야 한다. 아래쪽으로 가면 홍룡사로 내려설 수 있다. 하산 구간이기도 하여 언덕을 치고 오르는 수고가 거의 없는 완만한 숲길로 햇볕조차 들어오지 않는 구간을 지난다. 작은 우물터를 만나기도 한다.




원효암에 도착하다.


▲ 방문당일 원효암에도 연등을 다느라 분주하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통도사의 말사인 원효암은 1329년 신라 선덕여왕 15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로 1976년 중창불사를 시작으로 법당은 1980년에 완공하였다. 원효암을 품은 천성산은 새해 첫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해발 900m 지점에 위치한 원효암은 절집 규모로는 다소 어색한 굴도리식으로 중심 법당 외 미륵전, 산령각, 범종각 약사암을 두고 있다. 또한 암벽에는 마애아미타삼존불이 새겨져 있다.


▲ 법당 측면에 원효암 마애아미타삼존불입상이 있는 바위

통도사 약사전에 모셔져 있는 석조약사여래좌상이 원효암으로 옮겨왔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430양산 원효암 석조약사야래좌상과 복장유물에 관한 안내글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이 약사여래좌상은 높이 77cm의 석조불상이다, 불상조성 기록에 따르면 원래 통도사 약사전에 봉안되었다가 말사인 원효암으로 옮긴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불상은 머리를 앞으로 약간 숙이고 등을 약간 구부린 자세이며 오른손은 아래로 내려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으나 왼손에는 약사불상의 특징인 약함이 생략되었다. 왼손은 자연스러운 반면에 오른손은 엄지손가락이 다른 손가락에 비해 짧고, 그 측면이 다소 두껍다. 머리는 신체에 비해 작은 편이고 오른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으며 일정한 크기의 나발이 촘촘히 부착되어 있다. 또한 결가부좌한 양다리 사이의 법의 자락은 그 단면에 매우 두꺼워 조선 후기 불상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편 불상 내부에서 발견된 복장유물로서 불상조성 발원문을 비롯하여 인쇄본 다라니경, 후령통 등이 있다. 이 불상은 조선후기의 불상으로는 드물게 돌로 조각된 불상으로 거의 등신대에 가까울 정도의 규모라는 점과 제작시기가 인조 26(1643)이라는 절대연대가 밝혀져 있어 조선 후기 석불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 마애아미타삼존불 입상


양산 원효암 마애아미타삼존불입상은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431호로 사찰 법당 옆 절벽에 위치하고 있다. 안내 글을 옮겨보면 마애아미타삼존불입상은 아미타여래를 중심으로 좌우에 관음보살상과 대세지보살상이 배치되어 있다. 이 아미타삼존불은 얇게 조각되어 평면적이며 회화적인 성격이 강화다. 본존불인 아미타여래는 입상으로 상반신에 비해 하반신이 훨씬 길어 보여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느낌이다.

 

본존불의 좌우에는 본존불을 향해 합장인 을 하고 원형두광을 갖추고 있는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좌우에 서 있다. 좌우 보살상들은 좌우대칭으로 화려한 보관에 긴 머리가 어깨를 따라 허리까지 흘러내린 유려한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삼존불의 상단에 나무아미타불이라는 명문과 대세지보살 우측에 새겨진 세존 용화 2933년이라는 명문을 통해 아미타불이라는 본존의 존명과 1906년이라는 제작시기를 알 수 있다. 비록 조성시기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한 폭의 불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정교하고 섬세한 조각수법을 보인다는 점에서 중요한 작품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 원효암 오른쪽 윗쪽에 툭 불겨져 있는 바위를 '종바위'라 하며, 아래 있는 바위가 부처바위라 한다.

부처바위는 벼락으로 돌이 쪼개지면서 남은 부분을 멀리서 보면 부처를 닮았다 한다.

▲ 절집 담장 부처가 좌상 모습을 하고 있는 돌 모습

▲ 1991년도 벼락으로 떨어져 나간 하얀부분 그리고 남은 부분이 부처를 닮아 있다 하신다.

▲ 원효암을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내려서는 길 전경


오월이 오면 부산근교 천성산을 매년 찾는다. 천성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넓게 펼쳐져 있는 평지를 만나는데 바로 화엄벌이다. 화엄벌은 늪지가 형성되어 있으며,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천 여명의 승려에게 화엄경을 설법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으로 오늘날 화엄벌 습지에는 다양한 습지식물이 서식하는데 대표적인 종으로 앵초, 물매화, 잠자리난, 흰제비난, 끈끈이주걱, 이삭귀개등이 있으며, 도룡뇽과 민물가재가 확인되고 있다. 화엄벌 내 습지는 200221일 면적 124,000구역을 설정하였다.


천성산은 안개가 자주 찾아든다. 물을 흘러 보낼 나무가 없는 천성산 1봉 능선길에 고산습지를 만나면 한번쯤 의문을 가지하는 것이 어디서 물이 흘러들었을까 하는 것이다. 습지라 하여 큰 웅덩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천성산의 여름철 지독한 안개가 머무는 것이 바로 천성산 화엄늪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가 아닐까 싶다. 안개비가 습지를 촉촉하게 적셔내며 이슬이 모여 작은 물길을 여는 참으로 특별한 경험을 하는 산지습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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