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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기 전 도착을 할 수 있을까? 완주 화암사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저녁 5시30분이면 절간 문빗장을 걸어 잠근다. 연꽃 투어를 나선 길이었고 전주덕진공원을 거쳐 부여 궁남지로 향하는 길목 짧은 시간 얼마 전부터 다녀가리라 마음먹었던 완주 화암사를 그렇게 늣은 시간 찾아 나섰다. ▲ 완주 화암사 불화
주차장에 도착하니 차량이 몇 대 있었고, 그 길로 곧장 계곡을 따라 화암사로 향했다. 뛰고 달려가도 사찰 문이 닫힐까 말까한데 자꾸 보행속도가 느려진다. 큰비가 내린 화암사 오르는 계곡은 요란한 물소리와 함께 여기저기 크고 작은 폭포가 생겨나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계곡을 통과하는데 어둡다. 금방이라도 비가 한차례 더 쏟아질 듯하다. 안심다리를 지나 147계단에 도착하니 쏟아지는 물이 장관을 이룬다. 철계단 아래를 흘러내리는 물은 2단 폭포와 계류를 만들고 거침없이 하류를 향해 내달린다. ▲ 1백47계단 시인 안도현은 이 절을 ‘잘 늙은 절’이라 했지만 내가 만난 불명산(佛明山. 427.6m) 화암사(花巖寺)는 세월의 무게를 용케도 버틴, 속세와 단절된 불편함이 오늘날 변화로부터 한발 물러나 있는 노쇠한 법당을 껴안고 있는 절집이었다. 화암사로 가는 길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화암사중창기에는 ‘사냥하는 사나이라 해도 이르기 어려운 절’로 표현하고 있지만 등산로를 따라 사박사박 걷다보니 금방 절집에 도착한다. 우화루(雨花樓. 보물 제662호)를 만나다. 1백47계단을 딛고 오르니 비로소 우화루(雨花樓. 보물 제662호)를 만난다. ‘꽃비 흩날리는 누각’ 우화루는 절집으로 들어서는 큰문 역할을 하지만 이곳은 막혀 있다. 외부에서는 5개 기둥이 떠 받치고 있는 2층 구조를 하고 있지만 안에서는 1층 구조이다. 대부분 열려 있는 우화루 1층은 제각기 모습이 다른 돌이 성벽을 쌓듯 싸여져 있다. ▲ 계곡 건너 첫 만남 '우화루' 우화루 안내글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이 건물은 극락전의 정문과 같은 성격이 누문형식인데 정면만을 누문형식으로 하고 후면은 단층 건물로 한 반루각식으로 되어 있다. 현재의 건물은 조선 광해군 3년(1611)에 세워진 것으로 그 후에도 여러 차례 수리 되었으나 크게 변형되지는 않은 것 같다. 정면 지충의 기둥은 4칸이나 2층에서는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되어 있다. 공포는 안과 밖이 모두 3출목형식의 다포집 양식이며, 공포부재의 조각 솜씨 등으로 보아 조선초기 양식이 가미된 느낌이 든다. 내부는 남쪽 중앙에 고주 2개를 세워 대들보를 그 위에 얹고 한쪽으로 이어진 퇴랑은 평주 위 공포에 앉게 하였다. 천장은 연동천장이며 대들보와 고주 위에서는 화반형식의 포작을 짜서 동자기둥의 기능을 하도록 하였다.’ ▲ 안에서 바라 본 우화루 우화루는 극락전과 마주하고 있다. 건물과 건물 공간을 네모지게 만들고 땅바닥 양 사방을 담쌓아 빗물로부터 건물을 지켜내는 흡사 산중 절간이라기보다 아담한 가옥을 찾은 분위기다. 언제부터 매달려 있는지 모르지만 흡사 굴비를 닮은 묵어가 오랜 세월을 말해주며 열려진 창 너머 여름 풍경이 걸려 있다. 현존하는 유일한 하앙식 건물 극락전(국보 제316호) 용의 머리와 발톱을 독특한 방식으로 조각하여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가 하면 절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현판조차 그 크기가 제각각이며, 하물며 글자 한자 씩 나무 판을 적어 올려 두었다. 그리고 늣은 시간이면 든든한 자물쇠가 굳게 채워져 버리는 이상한 절집에는 아름다운 닫집과 동종 그리고 아미타삼존불이 자리잡고 있다. ▲ 단아하고 독특한 절집 극락전(국보 제316호) 극락전 내 동종(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40호)은 임진왜란 당시 사찰이 소실된 이후 조선 광해군 때 중창 불사하면서 동종을 제작하였고 종소리로 중생을 깨우치도록 한다하여 자명종이라 불렀다. 밤이 되면 종이 스스로 울려 스님을 깨우고 자신을 지켰다는 전설이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전쟁물자용 고철수집을 피해 지하에 은폐하였다가 해방 이후 다시 종소리를 내게 되었다 한다. ▲ 하앙식 구조가 만든 독특한 모습 ▲ 자세히 보면 용의 머리와 여의주를 든 모습이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아주 독창적이다. 화암사 극락전(국보 제316호)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을 한 건물로 잡석 기단 위 자연석의 덤벙주초를 놓고 그 위에 지름 60cm 크기의 민흘림기둥을 세웠다. 극락전 편액이 하나의 나무판이 아니다. 각 글자 하나하나 극(極)·락()·전(殿) 현판을 만든 것으로 굳이 현판의 크기와 규칙에 연연하지 않은 듯하다. 절간에 불심이 가득하면 되는 것을 현판이 화려하다하여 부처님 곁에 가까이 다가서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또한 극락전이지만 아미타삼존불상을 모시고 있다. ▲ 극락전 앞이 용의 머리를 표현하였고 극락전 뒷편에는 용의 꼬리를 조각하였다. 극락전 안내문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이 건물은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하앙식 구조물로, 조선 선조 38년(1605)에 지은 것이다. 하앙은 기둥과 지붕 사이에 끼운 긴 목재인데, 처마와 나란히 경사지게 놓여 있다. 이것은 처마와 지붕의 무게를 고르게 받친다. 극락전 앞쪽 하앙에는 용머리를 조각하였으나 건물 뒤쪽 하앙은 꾸밈없이 뾰족하게 다듬었다. 건물 안에는 아미타삼존불상이 있다. 하앙식 구조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많이 볼 수 있지만 한국에는 이 건물뿐이므로 목조 건축 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다.’ ▲ 크기도 제각각 낱장 현판 화암사에 얽힌 설화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옛날 임금님의 딸 연화공주가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었는데 세상 다 좋다는 약도 공주의 병에는 모두 허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불심이 깊은 임금님의 꿈에 부처님이 나타나 이미 너의 갸륵한 불심에 감동했노라고 말하며, 왕의 앞에 조그마한 꽃잎 하나를 던져 주고는 사라졌다. 잠에서 깨어난 임금은 그 길로 부처님이 일러준 꽃을 찾기 위해 사방에 수소문했고 마침내 찾아내게 되었는데 그 꽃은 불명산 깊은 산봉우리 바위에 핀 복수초였다. 연못이 아닌 바위에 핀 꽃이라 임금은 은혜의 꽃이라 생각하게 되었고 신하들에게 조심스럽게 꽃을 가져오도록 명령했다. 이를 기이하게 여긴 신하들이 누가 이 연꽃을 키우고 있는가를 알아보자며 지켜보고 있는데 난데없이 산 밑에 있는 연못 속에서 용 한 마리가 나타나 꽃에 물을 주고 있는 게 아닌가? 이를 목격한 다른 신하는 모두 도망가고 용감한 신하 한명만이 꽃을 꺾어 궁에 돌아왔다. 꽃을 먹게 된 공주는 병이 깨끗이 나았고, 임금님은 부처님의 은덕이라 생각하고 그곳에 절을 짓고 부처님을 모시게 했다. 그 후로 임금님과 많은 신하들이 이곳에 와 불공을 드리는 한편 이 절 이름을 화암사라 지었다 한다.’ ▲ 하앙식 기법으로 늘어난 처마 공간에 그려진 단청벽화 화암사에 관한 안내글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불명산의 청량한 숲길을 따라 산 중턱에 위치한 화암사는 자연이 준 예술적 운치가 돋보이는 바위와 나무 그리고 단청을 거부한 채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국내 유일의 하앙식 구조인 극락전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 천년사찰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절벽과 절벽사이의 계곡에 놓인 계단이 열한 번 굽어지면서 암반 위로 흐르는 맑은 물을 발아래 두고 1백47계단을 오르면 화암사의 정문 격인 우화루(보물 662호)를 대하게 된다. 화암사는 우화루와 극락전(국보 316)이 남북으로, 불명당과 적묵당이 동서로 마주보고 서 있는 입구자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극락전 왼쪽에는 입을 놀리는 것을 삼가라는 철영제가 있고 적묵당 뒤편에는 산신각, 우화루 옆에 명부전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밖에도 지방문화재인 동종과 중창비가 있으며,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수도했다는 기록이 뚜렷한 곳으로 자연적인 지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한 건축양식은 선인들의 슬기를 새삼 느끼게 하고 다시 찾아 마음을 다스리는 휴양 장소로 알맞은 곳이다.’ 화암사 검둥이가 극락전 앞에 턱을 고우고 있다. 절간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알려져 있는 길잡이 검둥이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알아서 한다고 한다. 나이가 몇 살인지도 잘 모르겠다며 어릴 때 데려왔는데 지금은 늙고 평소 겁이 많다고 한다. 멧돼지에게 한번 호되게 당하고 부터인지 천둥번개만 쳐도 문 앞에서 꼼짝을 하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절집을 나설 무렵 열쇠로 굳게 문이 채워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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