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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아쉽게도 해가 일찍 기울다보니 산행에 적응하기 어렵다. 겨울은 추워 잠깐 산행을 하면 되지만 가을은 울긋불긋 단풍시즌이 아니던가. 단풍이 스멀스멀 우리들에게 다가 올 즈음 금빛 억새의 유혹도 만만치 않다. ▲ 천성산 제1봉으로 향하는 나무데크 계단길
오전 시간을 그냥 멍 하니 흘려보내고 뜬금없이 억새가 보고 싶었다. 간월산이나 신불산으로 향하기에는 밤이 짧아 어둠속에 하산을 해야 하는 만큼 가까운 곳을 생각하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국 경부고속도로 양산IC를 내려 천성산(922m) 원효암으로 향한다. ▲ 임도에서 바라 본 천성산이 품은 원효암 전경 천성산 원효암(대한불교조계종 전통사찰 76호)으로 향하는 옛 군부대 길을 따라 약 8km 따라 올라야 한다. 옛 군사목적으로 생겨난 임도인 만큼 길은 좁고 험하다. 군부대가 있을 당시 임도를 관리하던 차단기 옆 약사암 도로변에 개 한 마리가 올라갈 때부터 하산할 때까지 턱을 고우고 도로변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 핑크빛 구절초가 점점 흰색으로 변하고 있다. 8km 구간을 따라 오르는 길 주변에는 구절초와 쑥부쟁이 그리고 억새가 피어 있었고, 하늘은 잔뜩 찌푸린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늘도 금빛 술렁이는 억새밭의 모습은 만나기 어려울 듯 하였고, 주차장에 도착하니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찬바람까지 불어 차에서 가장 두터운 옷을 껴입고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 원효암 주차장에서 바라 본 사자바위 전경 천성산은 해발 922m이지만 별 의미가 없다. 정상 바로 전통사찰 원효암이 있으며, 원효암 입구에 넓은 주차장이 있다. 주차는 무료이며, 원효암에서 옛 군부대 임도를 따라 700m 정도 오르면 곧장 정상으로 향하는 나무데크 계단이 나온다. 계단을 딛고 오르는 주변에는 억새의 노래가 들려온다. 찬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면 목청껏 노래하는 억새길을 따라 오르면 천성산 제1봉인 원효봉에 오른다. 정상에는 평화의 탑을 등산객 손으로 쌓고 있다. 앞서 방문하였을 때 제법 큰 돌로 나도 아래에 튼튼하게 올려놓았는데 그 위로 두 줄이 더 올라가 있었다. 천성산 평화의 탑 그리고 천성산 화엄벌로 내려서는 길목에 천성산 정상석이 자리잡고 있다. 정상석에서 겨우 인증샷 한 장 남기고 보니 다들 추워서 서둘러 하산한다. 혼자 떨렁 남은 천성산 정상에서 화엄벌을 내려다보니 찬바람이 무섭게 몰려온다. 그래 나도 오늘은 여기서 하산을 하자.
하늘은 계속 먹구름으로 어둠을 연출하였고 이따금씩 아주 짧은 찰라의 순간을 열어 보였고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나마 열린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 몇 컷 담고 왔던 길로 하산을 시작하였다. 근데 올해는 왜 억새만 찾아 산에 오르면 하늘이 잔뜩 찌푸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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